문재인 정부가 2030년까지 국내 전체 전력 생산의 20%를 재생에너지로 채우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13.3GW(2016년 기준)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2030년까지 63.8GW까지 갖추기 위해서는 적절한 부지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주민 반발 등으로 인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계획입지제도를 내년부터 도입해 재생에너지 발전에 따른 이익이 지역사회로 일부 환원될 수 있도록 해 주민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18년 중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을 개정해 지자체가 주도하는 계획입지제도를 시행키로 했다. 계획입지제도란 광역지자체가 주민 수용성 및 환경성의 사전검토가 가능한 적합 부지를 발굴해 이 지역에 민간 재생에너지 사업자를 유치하고 주민이 과정에 참여해 발전 사업에 따른 이익을 지자체·지역 주민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최근 일부 기초단체를 중심으로 농촌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는 일부 몰지각한 외부 사업자들이 농촌 지역 난개발을 통해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이익을 독차지하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계획입지제도는 환경을 훼손하고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소규모 민간사업자 중심이 아닌, 지역 주민이 주도하는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통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절차로 볼 수 있다.
계획입지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사전에 환경성을 검토하고 수용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먼저 광역지자체가 적합부지를 발굴하고 중앙 정부 승인(입지 적정성 검토)을 거친다. 이후 민간사업자에게 부지를 공급하면 민간사업자가 자체 수립한 지구개발 실시계획을 중앙 정부가 승인해 인허가를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부지 발굴 단계에서 지자체는 지역의 유휴부지를 직접 찾아내거나, 사업자가 요청한 안을 마을대표 동의서 등 수용성에 중점을 두고 평가하는 방법 등으로 발굴한다. 일례로 제주도는 마을공모 방식의 지구지정 제도를 도입해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고 있다. 사업자 공모·설정 단계에선 주민이나 협동조합이 사업 주체로 참여하는 것을 우대할 방침이다. 지구개발 기본계획 심의 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지구개발 실시계획 승인 전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 사전 환경성까지 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계획입지제도의 핵심은 주민 참여에 있다. 덴마크의 경우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법으로 모든 신규 풍력발전 프로젝트에 최소 20% 이상의 해당 지역 주민(사업지 반경 4.5㎞ 이내 거주자)이 참여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우리나라 역시 수용성 확보 여부를 지구지정 심의 시 핵심요소로 평가할 예정이다. 주민의 동의와 참여 없이는 재생에너지 발전 활성화도 이젠 어렵게 됐다. 기존 대형 기저 발전시설들이 혐오시설로 낙인찍혀 지역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면,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은 주민이 발전 사업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과거와 같은 극단적인 반대 모습을 사업장 주변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 설립이 가시화되고 있는 전북 새만금간척지(409㎢ 부지)에 계획입지제도가 적용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6일 새만금 투자유치 활성화 계획을 공개하며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밝혔다. 정부가 전북도와 함께 추진할 재생에너지 설립 프로젝트의 설비 규모는 GW급에 해당하는데, 여기에서도 발전 수익금을 용지개발 및 지역발전 재원으로 활용하거나 지역 주민의 주주 참여·주민 복지 지원 등을 통해 지역에 환원하는 지역 상생모델을 확립한다는 기본 계획을 갖고 있다.
새만금개발청 등은 내년부터 전북도와 구체적인 협의를 시작할 예정인데, 계획입지제도에 기반한 적극적인 주민 수익 환원 방식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새만금 이외에도 충북도는 충주시에 2.3㎢(100㎿ 규모)와 증평군 1㎢(50㎿) 유휴 부지를 활용해 태양광 입지를 조성할 예정으로 여기에 계획입지제도를 적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할 때 광역지자체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광역지자체가 나서서 대형 유휴부지를 발굴하고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 때, 수용성이 높아짐은 물론 개발사업의 수익성도 더욱 좋아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산업단지 조성에 준해 전력계통 등 인프라 조성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개발이익을 지자체와 공유하기 위해 추가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제공하거나 저리로 정책자금을 융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지자체가 발전 사업자들로 하여금 수익 공유, 지역 지원사업, 지역기업 참여 등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일례로 제주도는 풍력자원 개발이익 공유화 제도를 통해 풍력발전 사업 당기순이익의 17.5% 또는 매출액의 7%를 기부받아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주민 간 갈등 혹은 외지 사업자들에 대한 반감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며 “이익을 공유하고 지역사회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계획입지제도를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건설에 따른 주민 불만을 상당 부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