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창립 51주년을 맞는 롯데그룹은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AR) 등에 기반을 둔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을 찾은 고객이 옷을 입지 않아도 편리하게 몸에 맞는 의상을 3D 이미지로 확인할 수 있는 ‘3D 가상 피팅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
- ⑥ 롯데그룹
사람과 대화하는 챗봇 ‘로사’ 상품추천·온라인픽업 안내 등 내년부터 지능형 쇼핑 가이드 3D 가상 피팅 서비스도 인기
IBM 왓슨이용 고객 입맛 조사 ‘빼빼로 카카오닙스’ 개발 성과
베트남 호찌민에 2조원 투입 2021년엔 ‘에코 스마트시티’
#1 = 롯데백화점 고객들은 내년 초부터 ‘고민’하나를 덜게 된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사람과 자동으로 대화를 나누는 소프트웨어 챗봇인 ‘로사(LOSA·LOTTE SHOPPING Advisor)’를 통해 상품추천, 매장 설명, 온라인 픽업 서비스 안내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온·오프라인의 경계 구분 없이 시간, 장소를 불문하고 쇼핑이 가능한 새로운 쇼핑 패러다임으로 1년간 전력투구한 끝에 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AI 쇼핑가이드 서비스다. 12세 된 딸 아이의 생일 선물을 고민하는 회사원 A 씨가 “다음 주가 12세 된 딸 생일이야. 요즘 우리 딸이 독서, 패션에 푹 빠져 있어. 어떤 선물이 좋을까”라고 물으면 최적화된 선물을 검색해 제시한다. 김명구 롯데백화점 옴니채널 담당 상무는 “로사는 롯데 계열사의 다른 오프라인 매장, 온라인몰에도 확대해 적용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로사가 축적할 방대한 양의 데이터는 유통업계, 기업의 마케팅, 소비 흐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2 = 호찌민시가 베트남의 경제 허브로 개발 중인 투티엠 지구. 롯데는 이곳에 2021년까지 ‘에코 스마트시티’를 건설한다. 부지규모는 10만여㎡, 총 사업비는 2조 원이다. 백화점, 쇼핑몰, 시네마, 호텔, 오피스 등과 주거시설로 구성된 대규모 단지를 짓기로 해 또 한 번 롯데 해외 진출이 낳은 ‘상전벽해(桑田碧海)’의 역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재계 5위의 매머드 유통·화학 전문그룹인 롯데의 행보가 분주하다. 핵심은 4차 산업혁명 대응과 함께 해외 신흥시장 진출의 가속화로 요약된다. 올 초 신동빈 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혁신을 주문한 것에 맥이 닿아 있다. 두 사례는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으로 한 단계 더 발돋움하기 위한 롯데의 움직임을 함축하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지난 2008년에 42조5000억 원에 달했던 그룹 매출이 지난해 92조 원을 넘어섰다”며 “그러나 외형성장에만 매달려서는 저성장 기조의 장기화란 국내외의 급변하는 경영환경, 기술혁명에 따른 빠른 속도의 사회변화에 부응하기도,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갖추기도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1967년 롯데제과 창립으로 한국 경제에 새로 발을 디딘 롯데는 50년 만에 93개의 계열사에 103조 원의 자산을 둔 거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최근 수년간은 마치 성장통을 겪듯 유독 내홍과 외풍이 심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신 회장이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Lifetime Value Creator’라는 뉴 비전을 선포한 것을 계기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질적 성장을 지향하는 기준과 함께 ‘투명경영’ ‘핵심역량 강화’ ‘가치경영’ ‘현장경영’ 등 4대 경영방침이 핵심 골자다.
이를 통한 미래가치 창출과 신사업 기회의 발굴은 4차 산업혁명에서 답을 찾았다. 빅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 도입이다. 로사처럼 ‘지능형 쇼핑 어드바이저’는 이미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제과 및 푸드 계열사를 대상으로 신제품 개발을 위한 전략 수립에는 ‘지능형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이 활용된다. AI 기반 플랫폼 운영을 위한 시스템은 롯데정보통신, 데이터 분석은 롯데멤버스가 맡고 있다. 앞으로 5년 이내에 그룹 전체를 통합하는 정보기술(IT) 서비스를 구축해 전 사업 분야에 걸쳐 도입할 계획이다.
AI를 통한 신사업 기회 창출은 롯데제과가 올해 빼빼로데이를 앞두고 AI로 분석한 소비자 흐름을 토대로 내놓은 ‘빼빼로 카카오닙스’ ‘빼빼로 깔라만시 상큼요거트’에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롯데가 협약을 맺은 IBM의 AI 컴퓨터 왓슨을 이용해 8만여 개의 인터넷 사이트, 식품 관련 사이트에 실린 1000만여 개의 소비자 반응과 각종 SNS 정보를 수집한 결과물이다. 이를 통해 식품, 과자, 초콜릿 등 카테고리별로 소비자들이 좋아하거나 인기를 끌 가능성이 큰 소재와 맛을 도출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두 제품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며 “AI 적용 소비자 분석 시스템 구축을 끝내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2016년부터 IT 기술을 접목해 출시한 ‘스마트 쇼퍼’는 고객이 식품 매장에서 카트, 바구니 없이 단말기를 사용해 쇼핑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경기 성남 분당점 식품매장, 노원점에 설치됐고 점포를 확대할 계획이다. 디지털 거울과 스마트폰을 활용해 옷을 입어보지 않아도 피팅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3D 가상 피팅 서비스’도 같은 선상에서 의욕적으로 선보인 ‘AI 서비스’에 속한다. 56개 브랜드, 180여 개 품목에 적용 중인데 올해 말까지 100개 브랜드로 늘어난다. 매월 평균 약 1500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롯데닷컴도 AI를 통한 ‘스타일 추천 서비스’ ‘스마트 톡 추천 서비스’로 고객 만족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서비스와 함께 해외 진출은 롯데가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다. 약 10년 전 6개국이었던 해외 진출국이 지금은 러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태국, 말레이시아 등 23개국으로 늘었지만 주마가편(走馬加鞭) 형세로 속도를 붙일 방침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도 러시아와의 협업, 극동지역 개발 의지를 밝힌 만큼 극동지역에 관심을 둔 한국기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