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요 종교의 시민단체와 지식인들로 구성된 불교·개신교·천주교 종교개혁선언 추진위원회가 28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불교·개신교·천주교 종교 개혁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성직자와 수행자들의 타락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고 규정하고, 신자들이 교단의 구조적 병폐, 제도적 모순과 적폐를 청산하는 데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김선규 기자 ufokim@
한국 주요 종교의 시민단체와 지식인들로 구성된 불교·개신교·천주교 종교개혁선언 추진위원회가 28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불교·개신교·천주교 종교 개혁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성직자와 수행자들의 타락은 이미 임계점을 넘었다”고 규정하고, 신자들이 교단의 구조적 병폐, 제도적 모순과 적폐를 청산하는 데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김선규 기자 ufokim@
2017 종교계 흔든 이슈들

내년 종교인 과세 시행되지만
‘활동비 비과세’ 사회적 비판

명성교회 목회 세습 눈총 받아
조계종 안팎선 적폐청산 요구
기독교, 낙태죄·동성애로 마찰

보다못한 불교·기독교 지식인
종교인 빼고‘종교 개혁’ 선언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과 원효 탄신 1400주년을 맞는 종교계의 뜻깊은 한 해였다. 그럼에도 어느 해보다 종교계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한 해로 기록될 만하다.

종교인 과세, 대형 교회의 목회 세습, 성평등 개헌, 낙태죄 폐지, 종교 내부 적폐 등을 둘러싸고 종교가 시민사회와 신자단체, 정부·정치권과 갈등을 빚는 양상을 보였다. 이로 인해 종교의 공공성 논란이 적지 않게 불거졌다. 올 한 해 종교계의 주요 이슈를 되돌아본다.

◇보수 개신교의 종교인 소득과세 반대 = 종교인 과세는 1968년 정부 방침이 정해진 이후 종교계의 반발과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반대로 번번이 시행이 무산됐다. 50년 만인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돼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보수 개신교가 강력히 반대해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부와 종교계가 만나 시행 방안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개신교 측이 바란 ‘세무조사 금지’와 ‘종교 활동비 비과세’ 항목이 들어가 사실상 ‘맹탕 과세’라는 사회적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 78%가 종교인 과세의 즉각 시행을 지지하는 가운데, 시민사회 단체들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다. 막판에 종교활동비 내역을 신고토록 하는 내용이 추가돼 관리·감독의 근거를 남겼지만, 종교계는 다시 반발하고 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무색하게 한 명성교회 세습 = 종교개혁 500주년 내내 한국 개신교는 ‘교회 세습’에 묻혔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총회) 소속 명성교회의 김삼환 목사가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명성교회 2대 담임목사직을 넘겼다. 명성교회는 지난 10월 24일 상당수 개신교계와 신도들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노회에서 부자세습을 확정했다. 예장통합총회는 지난 2013년 세습방지법을 만들었지만 효력이 없었다. 세계 최대 장로교회라는 명성교회는 등록 신도 수 10만 명, 출석 신도 5만 명, 한 해 재정예산만 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성교회의 세습은 사회로부터 ‘교회 사유화’ ‘족벌 경영’ ‘북한식 세습’ 등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이 밖에 여러 대형 교회의 세습이 이어졌다.

◇조계종 적폐청산 요구와 설정 총무원장 체제 출범 = 조계종은 그동안 자정 운동과 내부 분규가 적지 않았지만, 지난 10월 제35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교단의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반발이 여느 해보다 거셌다. 종단개혁연석회의 등 재가자 단체와 일부 스님은 자승 총무원장 재임 시 불거졌던 마곡사 금권선거, 용주사 본사주지 범계, 적광 스님 폭행, 비판 스님 제적과 범계자 사면 남발, 교계 언론탄압 등의 해결과 총무원장 직선제를 요구하며 촛불집회와 농성을 이어갔고, 종단에서 제적을 당한 명진 스님 등이 단식을 벌였다. 특히 상당수 사회 원로 등 시민사회가 조계종 개혁을 요구하며 가세하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났다. 제35대 총무원장에는 수덕사 방장을 지낸 설정 스님이 당선됐다. 전임 원장 시절 극심해진 안팎의 불신과 갈등의 골을 메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종교의 시민사회와 균열…성평등 개헌·낙태죄 폐지 반대 = 과거 시민사회와 보조를 맞추기도 했던 종교계가 올해는 엇박자를 자주 보였다. 지난 8∼9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전국 11개 시·도에서 개헌에 대한 국민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한 ‘헌법개정 국민대토론회’는 ‘동성애 반대론자’로 채워지며 파행을 겪었다. 보수 개신교는 개헌특위가 ‘양성(sex)’을 ‘사회적 성(gender)’으로 바꾸고 차별금지 사유에 ‘성적(性的) 지향’을 끼워 넣어 동성애·동성혼을 합법화하려 한다며 극렬히 반대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에 낙태죄 폐지 지지자가 23만 명을 넘어서면서 정부가 8년간 중단된 임신중절 실태를 내년 중 조사, 발표할 계획을 밝히자 천주교가 전국 16개 교구에서 ‘낙태죄 존치’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총력을 기울여 반대했다. 여성단체 등 시민단체들은 종교가 자신들의 규범을 일반 사회에 강요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불교·개신교·천주교 종교 개혁 선언 = 올해를 마감하면서 한국 주류 종교의 관련 시민단체와 교수, 신학자 등 지식인들이 ‘불교·개신교·천주교 종교 개혁 선언’을 발표한 ‘사건’은 지금의 종교 현실을 말해준다. 박광서 서강대 명예교수와 이정배 전 감신대 교수를 공동대표로 주류 종교의 관련 지식인들과 50여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불교·개신교·천주교 종교개혁선언 추진위원회는 2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종교의 구조적 병폐, 제도적 모순과 적폐를 청산하고자 하는 취지의 선언문을 선포함과 동시에 향후 지속 가능한 개혁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현역 종교인을 배제하고 국내 주류 종교의 관련 지식인들이 연합해 종교개혁 활동을 펼치는 것은 처음이다. 사회적 영향력이 막대한 종교가 스스로 개혁할 역량을 잃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불교·개신교·천주교 종교 개혁 추진 공동 연대’(가칭)로 전환하고, 2019년 3·1절 100주년까지 포럼, 서명 운동, 집회, 신행의 실천 등 다양한 종교개혁 운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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