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동 경제산업부 차장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 차를 맞아 새해부터 국정 기조를 적폐 청산에서 민생 안정으로 서서히 옮겨갈 모양이다. 어차피 전(前) 정권 적폐 청산이나 직접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동원체제(動員體制)는 오래 갈 수 없다. 정권 초반부에는 잠시 쓸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동원 체제는 오히려 정권에 부담이 된다. 정부가 적폐 청산과 직접 민주주의에서 빠져나와 정상적으로 국가를 운영하려고 하면 결국 경제·사회적인 측면에서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있다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게 정부가 27일 내놓은 ‘2018년 경제정책 방향’이다. 정부가 내놓은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는 3.0%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3.2% 안팎이니까, 2년 연속 3%대 성장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3% 안팎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과 비슷하다는 데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 전망에 따르면, 내년 취업자 증가 폭은 올해와 같은 32만 명에 그친다. 정부가 취업자 증가 폭을 발표하면서 연령대별로 밝히지 않으니, 정부 전망치 가운데 청년층(15∼29세) 취업자 증가 폭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합의해 내년 예산안에 반영한 공무원 증원 규모가 9475명이고,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공공기관의 내년 채용 인원이 사상 최대인 2만3000여 명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내년 청년층 취업자 증가 폭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별로 이론(異論)이 없다.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일자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경제학적으로 볼 때 고용은 경기후행 지표다. 경제가 잘 돌아가면, 가장 비전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고용이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정부는 “정부와 공공 부문이 민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주장한다. 마중물이 효과를 내려면 마중물을 넣어서 지하수를 끌어올려야 한다. 경제에서 지하수는 민간 고용이고, 민간 고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그럴만한 유인(誘引)이 있어야 한다. 대개 기업이 고용을 늘리기 위해 나서는 것은 투자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을 때다. 민간 기업의 고용 확대와 경제 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면, 새롭게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신기술과 신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일부 정책결정자는 아직도 ‘규제 완화 = 대기업 특혜’로 보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기업 특혜로 오해받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규제 완화 방안을 찾는 것이야말로 정부와 정책결정자가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 아닐까. 새해에도 청년층 실업률이 별로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정부와 민간 모두 동의하는 것 같다. 내년에도 ‘졸업 시즌’인 2월이 되면 청년층 실업률이 다시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고, 정부가 청년층 실업난 해소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벌써 나온다. 내년에는 청년층 실업 해소를 위한 마중물뿐만 아니라 지하수도 흘러넘쳐 청년층이 취업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haedong@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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