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견서’ 어떤 내용 담겼나
회담대표 ‘격’ 문제 조율못해
남북합의서는 쉽게 무력화
민간 교류 정치·군사 연계
금강산 재개 등 소극 대처
총선 4일전 집단탈북 발표
태영호망명 등 정치적 이용
외부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이 절차적 정당성이 없는 정치적 결정일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를 파행으로 몰고 갔다는 논의 결과를 담은 의견서를 28일 발표했다. 그러나 의견서는 남북교류·협력의 중요성만 강조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협력보다는 제재에 가까운 대북 정책을 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었다는 점은 무시했다. 이에 대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의견서가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을 기본적으로 북한의 핵, 미사일 개발 등에서 찾지 않고 우리 정부 정책 결정의 법적, 절차적 문제에서만 찾고 있다”며 “의견서가 ‘통일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면서도 결국 정권의 성향에 맞게 ‘유턴’할 것을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책혁신위는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두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결론 냈다. 당시 정부는 개성공단 중단 결정이 10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결정됐다고 밝혔으나, 조사 결과 발표 이틀 전인 8일 청와대가 대통령의 지시라며 개성공단 철수 방침을 통일부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정책혁신위는 “중요한 대외정책은 국무회의 심의 사항인데, 심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해야 하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는 구두로만 이뤄졌다”며 “개성공단 전면중단 이후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강화한 것에 비춰 보면 안보적 효과도 의문시된다”고 평가했다. 개성공단 임금이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 개발에 전용됐다는 당시 정부의 설명도 명확한 근거가 없는 ‘일반적인 추측’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을 재개할 필요성이 있고, 이를 적극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남북회담이 무산된 것도 박근혜 정부의 경직적인 태도 탓이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북한이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국장을, 우리 정부는 통일부 차관을 회담 대표로 내세웠다. 당시 북한은 “남측에서 상급이 나오지 않으면 남북 당국회담은 열릴 수 없다”고 통보했고 결국 회담은 무산됐다. 정책혁신위는 “북측(북한)은 조평통 서기국이 남북 당국 관계를 전담하는 기관”이라며 “남북대화 관례 및 남북의 상이한 체제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남북대화가 무산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한 점은 회담 전략 측면에서 적절치 않았다”고 평가했다.
5·24 대북제재 조치와 금강산 관광 중단 등에 따른 민간 교류협력 중단도 문제로 평가했다. 정책혁신위는 “5·24 조치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시일이 상당히 지남에 따라 실효성이 심각하게 의심받는 상황에서 국민적 정서 등을 내세워 제재 조치 해제에 미온적 입장을 유지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적극적인 의사를 보였으나, 우리 정부가 ‘진상규명’‘재발방지’ ‘신변안전 대책’ 등 3대 전제조건을 요구해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와 함께 “남한 정부는 관광사업 재개에 소극적이었다”고 밝혔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의 망명과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과 관련한 통일부의 발표도 비판했다. 그동안 정부가 탈북 관련 사안을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관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특히 발표 시점이 총선 또는 한미연합군사훈련 등과 맞물린다는 점을 근거로 “정치적 목적으로 무리하게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또 통일 교육이 지나치게 안보 교육을 강조해 균형성을 잃었다고 결론 내렸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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