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명 모인 그리스 모리야
성매매·마약거래 등 치안 열악

정부군에 박해당하는 로힝야족
최근 전염병 창궐… 수백명 사망


지구촌 주요 도시에 새해를 앞둔 설렘과 기쁨이 넘쳐나지만 난민들에게 2017년은 희망보다는 절망의 그늘에서 몸부림쳤던 해였다.

29일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위치한 모리야 난민 캠프의 텐트 곳곳에는 “감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여전히 곳곳에 내걸려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시리아, 이라크 등지 출신의 난민 6000여 명이 모여 있는 모리야 난민캠프는 겨울이 닥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컨테이너와 텐트에 의지해 추위를 피하고 있는 난민들은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한 전쟁을 치른다. 겨울 추위에 대비한 장비라고는 방수포가 유일하다. 곳곳에선 쓸만한 나무 땔감이 없어 추위를 이기려 플라스틱 용기를 하루 종일 태워 이곳의 공기는 무겁고 매캐하다. 지난 18개월 동안 수용 인원의 3배나 많은 인구를 수용해 미처 처리하지 못한 배설물이 넘쳤고, 넘쳐 흐른 배설물의 물결을 따라 쓰레기 더미들이 놓여 있다. 시리아 출신 난민 살레 알후세인은 “우리 텐트엔 구멍이 나 추위를 하나도 막지 못한다. 모리야의 상황은 세계 어느 곳의 감옥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캠프 부근에서 마약이 거래되고 성매매 흥정이 오가는 경우도 빈번하게 목격된다. 성폭력을 우려하는 여성 난민들은 밤에 텐트 밖을 나가지 않으려고 성인용 기저귀를 차고 지낼 정도다. 질서와 치안 부재로 레스보스 섬 현지인들의 난민들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2015년 유럽 난민 위기가 최고조일 때 건립된 모리야 캠프의 적정 설계 수용인원은 2000명이다. 하지만 건립 이후 캠프 수용 인원은 항상 6000명을 웃돌았다. 지난해 4월 유럽연합(EU)과 터키가 그리스에 들어오는 난민 등을 다시 터키로 돌려보내는 난민송환협정을 체결한 이후 난민 유입 숫자는 크게 줄었지만 지금도 끊임없이 난민들이 들어오고 있다. 스피로스 갈리노스 레스보스 시장은 “긴급 해결책이 필요한 비상 상황”이라며 “뭔가를 하지 않으면 이곳의 사람들은 죽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인종청소로 65만 명에 육박하는 난민이 발생하고 최소 6000여 명이 사망한 미얀마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의 인도주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정부는 방글라데시로 피란한 로힝야족을 내년 1월부터 송환하기로 합의했지만, 송환 범위, 시한 등을 두고 입장 차가 커서 제대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합의 후에도 미얀마군이 불을 질러 로힝야 마을을 초토화했다는 폭로도 있었다. 불교도가 주축인 미얀마에서 잔혹 행위를 두려워하는 난민들은 안전이 보장되고 차별이 사라져야만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로힝야족 난민촌의 열악한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최근 전염병 디프테리아가 창궐해 수백 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에서도 난민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26일 터키 인근 해역에서는 ‘제2의 아일란 비극’이 일어났다. 작은 보트로 지중해를 건너던 18개월 된 난민 아기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숨진 아기는 레완 하순이라는 이름의 남아로 파악됐다. 선박엔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2명과 74명의 시리아 난민이 타고 있었다. 하순이 발견된 곳은 2년 전 세 살 난 난민 아기 아일란 쿠르디의 시신이 파도에 휩쓸려온 해변에서 북쪽으로 340㎞ 위의 지점이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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