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가 출신에 발롱도르 수상
‘빈곤 퇴치’ 공약에 국민 응답
73년만에 첫 민주적 정권교체


빈민가 출신의 축구 영웅 조지 웨아(51)가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28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라이베리아 선거관리위원회(NEC)는 지난 26일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 개표가 98%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웨아가 61.5%, 조지프 보아카이(73) 현 부통령이 38.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잠정 집계했다고 발표했다. 웨아는 다음 달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축구 영웅인 그는 특히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 20대 지지자는 “우리는 어리나 이 국가에서 너무나 오랫동안 고통받았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며 “변화를 가져올 대통령 웨아가 당선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웨아는 이번 대선에서 빈곤 퇴치와 교육권 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몬로비아 빈민가 출신인 웨아는 1990년대 유럽 무대에서 맹활약한 아프리카의 전설적인 축구 영웅이다. 한때 배전 기술자로 일하기도 한 그는 국내 축구리그에서 뛰다 당시 AS모나코 감독이던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의 눈에 띄어 영입됐다. AS모나코를 비롯해 파리생제르맹(PSG), AC밀란, 첼시, 맨체스터시티 등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그는 ‘검은 다이아몬드’ ‘흑표범’이라 불렸다. 벵거 감독은 아직도 자신이 발탁한 선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선수로 웨아를 꼽는다.

그는 1995년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수여되는 발롱도르(Ballon d’Or)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현재까지도 이 두 상을 받은 아프리카 선수는 웨아가 유일하다. 2003년 37세 나이로 은퇴한 그는 정치권에 입문해 2005년 대선 후보로 나섰지만 엘런 존슨 설리프(79) 현 대통령에게 패했다. 당시 설리프 대통령 측은 웨아의 학력을 문제 삼으며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 선거 패배 이후 웨아는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고 대학에 진학해 행정학 석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웨아의 당선으로 라이베리아는 1944년 이후 73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적 정권 교체를 이루게 됐다. 라이베리아에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4년 집권한 윌리엄 터먼 대통령을 시작으로 장기 독재와 쿠데타가 반복됐다. 1990년에는 찰스 테일러가 이끄는 반군에 의해 새뮤얼 도 대통령이 피살되면서 내전이 10여 년간 이어졌다.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인 설리프는 평화 구축과 여성의 권리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2011년 노벨 평화상을 받는 등 공을 인정받았지만 빈곤과의 싸움에는 미진했다는 평을 받는다.

인구 470만 명의 라이베리아는 19세기 초 해방된 미국 흑인 노예들이 이주하면서 이룬 나라로 1847년 아프리카 최초의 공화국이 됐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박세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