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2017년 ‘그래도 희망이다’ 주인공 5人

‘꽃제비’로 산 탈북 청년 이성주
“통일 대한민국 여는 데 기여”

암 극복한 이명우 ‘사랑터’ 설립자
“청년 봉사 회원 더 늘었으면”

40代에 링 복귀 권투선수 최용수
“나보다 더 뛰어난 후배 양성”

태풍 이겨낸 국정순 前 국밥집 사장
“다문화 후원 독거노인 도와”

세계자폐인의 날 주최 김용직 회장
“문화일보 보도 덕 행사 성황”


‘꽃제비’(북한에서 거리를 떠도는 노숙 아동) 출신 명문대 졸업생, 암을 극복하고 봉사단체를 차린 전직 경찰관, 40대 복싱 챔피언, 태풍 피해 상인, 자폐인 돕기에 앞장선 전직 판사…. 모두 올해 문화일보 ‘그래도 희망이다’ 코너에 등장해 암울한 한국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줬던 인물들이다. 이들은 묵은해를 보내고 힘차게 새해를 맞이할 힘도 역시 ‘희망’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불과 11세 나이에 꽃제비로 북한 사회를 떠돌다 탈북해 2002년 국내에 정착한 탈북청년 이성주(30) 씨는 미국 풀브라이트 장학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동부 지역 대학들의 갈등 분석·해결 분야 박사과정에 지원해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합격하면 내년 8월쯤부터 미국에 건너가 공부할 예정이다. 이 씨는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조기 졸업하고 영국으로 유학, 워릭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 씨는 2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상도와 전라도, 탈북민과 남한사람 등 국내 갈등 해소 방안을 연구해 통일된 대한민국을 여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 1월 6일 문화일보 보도 후에도 탈북민 구호 봉사활동과 공부를 병행했다. 지난달에는 청와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환영 공식 만찬에도 참석했다. 그는 “문화일보 보도 후 탈북민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됐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통일이라는 집을 지을 때 비가 새지 않도록 작은 기왓장을 얹을 수 있게, 희망을 잃지 않고 학업에 매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봉사단체 ‘사랑터’ 설립자 이명우(62) 이사장은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라파엘의 집’에 사는 시각장애인 아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약소하게나마 지원 범위를 넓혀나간 점이 올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경찰관 출신인 그는 과거 골수암으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고, ‘건강하게 회복할 수만 있다면 평생 봉사하며 살겠다’는 다짐을 지금도 지키고 있다. 개인이 설립한 봉사단체였던 사랑터는 지난 4월 10일 문화일보 보도 후 어느덧 법인 규모로 성장했다. 이 이사장은 “취업·학업 등 고민이 많겠지만, 그럴 때일수록 어려운 이웃을 살필 수 있는 청년 봉사단체 회원들이 내년에는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투선수 최용수(45)는 이날 “이제는 나보다 더 뛰어난 후배를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2월 세계권투평의회(WBC) 유라시아 라이트급(61.23㎏ 이하) 실버타이틀 매치에서 스물한 살이나 어린 넬슨 티남파이(24·필리핀)를 상대로 10라운드 58초 만에 화끈한 TKO승을 거둔 뒤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가진 바 있다. 최용수는 당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40대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지난해 은퇴 13년 만에 복귀, 올해까지 2경기를 치렀고, 모두 승리하며 화려한 귀환을 알린 최용수는 후진 양성과 방송 해설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용수는 “선수생활, 40세가 넘어 복귀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복싱의 내일을 짊어질 희망을 기르겠다”고 밝혔다.

울산 태화시장에서 ‘가마솥 돼지국밥’을 운영했던 국정순(여·56) 씨는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의 피해로 13㎡(약 4평) 남짓한 국밥집 가게에 높이 2m까지 물이 차는 바람에 냉장고는 물론 집기가 모조리 훼손되는 등 피해가 컸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태풍을 극복했고, 이제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남을 돕는 삶을 살고 있다. 국 씨는 ‘착한 먹거리’로 간판을 바꿔달고 팥죽 장사를 하고 있다. 밤에는 야시장에서도 영업한다. 국 씨는 “태풍 피해 당시 많은 분이 도와주신 것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다문화센터에 후원을 하고, 독거노인을 위한 도시락 지원 활동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 씨는 “지금도 어려운 이들이 많겠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살기 바란다”며 밝게 웃었다.

김용직(62) 한국자폐인사랑협회 회장은 이날 “‘아이들보다 하루 늦게 죽기를 원한다’는 기막힌 이야기가 자폐아 부모들에게서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1985년 초임 판사 시절 세 살짜리 아들이 자폐성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 회장은 이후 자폐에 대한 사회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김 회장은 “문화일보 보도 후 지난 4월 2일 세계자폐인의 날 행사도 성공적으로 치렀다”며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 게 올해의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김수민·최준영·손우성 기자 human8@munhwa.com,
울산=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
곽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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