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키 177.4㎝, 연 소득 4930만 원, 자산 2억7286만 원, 여자는 키 164.3㎝, 연 소득 4206만 원, 자산 1억8247만 원.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운영하는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7년 이상적 배우자상’이다. 특징적인 것은 남녀 모두 공무원·공사 직원을 배우자의 최고 직종으로 꼽았다는 점이다. 안정이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포털 알바몬의 남녀 대학생 대상 설문 조사 결과도 유사하다. 단, 여대생이 원하는 이상적 배우자의 연 소득은 5286만 원으로 듀오 조사보다 높은 반면, 남대생의 경우는 4130만 원으로 다소 낮았다. 흥미로운 것은 1학년은 5168만 원, 4학년은 4826만 원이라 대답했다는 점이다. 학년이 높아지면서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적 배우자상은 시대와 민족에 따라 다르다. 1980년대 말 미국 경제잡지 포천에 의해 ‘트로피 아내(trophy wife)’란 말이 퍼졌다. 부유한 자산가가 자신의 성공을 자축·과시·보상하기 위해 ‘대외 과시용’으로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얻는 현상 때문이었다. 그리고 1990년대엔 성공한 아내를 대신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트로피 남편’이란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물론 트로피 아내와 트로피 남편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 트로피 아내는 아내 자체가 전리품을 뜻하는 트로피인 반면, 트로피 남편은 ‘트로피를 받을 만한 남편’이다.
1990년대 말 석유 재벌과 결혼한 어느 러시아 슈퍼모델이 “외모를 보고 반하는 건 괜찮은데, 왜 능력에 매료되면 안 되냐”고 반문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15㎝도 넘는 신장 차이에 대한 질문에 “개인의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없는 키보다는 본인의 힘으로 축적한 재산에 더 큰 가치를 둔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이 러시아 미인도 “당신의 미모도 타고난 것 아니냐, 그리고 남편이 조강지처를 버린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올해부터는 많은 대한민국 미혼 남녀가 사회적 기준의 이상적 배우자가 아니라, 자신에게 ‘좋은 짝’을 만나 결혼하고 자녀도 많이 낳았으면 좋겠다. 돈 없어서 자녀 안 낳는다는 말도 맞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지난해 말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연 소득 1억 원이 넘는 신혼부부의 44.5%가 아이를 안 낳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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