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가 졌다. 국거리용 소고기를 구워 먹고 책상에 앉아 끼적거리고 있는 사이 당선 연락을 받았다. 예고 없이 찾아온 전화였다. 멍하니 하루를 보냈다. 나보다 지인들이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당선작은 5년 전에 써놓고 묵혀두었던 시다. 그토록 간절하게 원했던 겨울은 그때였었다. 우리, 이제 헤어져. 애인에게 이별 통보를 하고 돌아서는데 ‘나쁜 남자’였던 그가 발목을 붙잡은 기분이다. 사는 일이 이렇다. 내 뜻대로 되는 게 어디 있던가.
시 쓰는 거 힘드니까 그만두라는 말로 매년 위로하던 가족들, 이종섶·조수일·김형미 시인님, 이건수·한철희 목사님…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건 전적으로 이분들의 존재 덕분이다. 특히, 나의 아들아! 창문 없는 고시원을 거쳐 이민 가방을 끌고 그 먼 길을 가는 동안 얼마나 막막했니. 비록 웅크리고 꿈을 꾸지만 볕 들 날이 너에게 오리라 믿는다. 너와 나는 약하지만 언제나 강했다.
황동규, 정호승 선생님께 머리 숙여 깊이 감사를 드린다. 아무튼 이건 기적이다. 겨자씨만 한 믿음이 나에게 있었던가. 돌이켜보면 나의 반석, 나의 구원, 나의 산성이신 하나님 아버지께 부끄러울 따름이다. 또, 겨울이 가고 그 길로 다시 추운 겨울이 오겠지만 이제 나는 시편 같은 봄을 기다릴 것이다.
△1977년 전남 강진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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