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차담회를 갖고 환담을 나누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문 대통령,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새해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차담회를 갖고 환담을 나누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박상기 법무부 장관, 문 대통령,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연합뉴스
- 향후 남북관계 전망

北, 정부제안 관련 언급 없고
대화방식·채널 제시도 안해
남북대화 주도권 행사 의도

통남봉미로 국제제재 균열
올림픽이후 도발 재개하면
文 대북정책 신뢰 잃을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대화 제의에 대해 신속한 대화 복원을 강조하면서 추가적인 후속 조치가 주목된다.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대표단 참가를 위한 실무회담은 물론 지난해 이미 제안한 군사당국 간 회담,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적십자회담 외에 추가적인 당국자 간 회담 제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김정은의 대화 제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고도의 전략적·전술적 판단 없이 접근할 경우 북한에 끌려다니기만 하고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통일부와 문화체육관광부에 후속 조치를 지시했다. 평창올림픽 개최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대화 국면이 본격적으로 열릴 계기가 마련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종 대화 제의에 무응답으로 일관해 왔던 북한이 처음으로 화답 의사를 보이면서 대화 국면 전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전날까지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이 이날 남북대화의 신속한 복원을 지시한 것은 북한의 대화 의지가 상당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파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남북대화의 조속한 복원과 함께 외교부에 “남북 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도록 우방국·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하길 바란다”고 동시에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화를 추진하면서도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바둑으로 따지면 지금은 포석이 완료된 단계 정도로 봐야 한다”며 “앞으로 본격적인 남북대화를 위해서는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나 한·미 간의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남북관계 개선만을 추진하진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같은 청와대의 태도는 남북 대화 국면에서 북한이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전날 신년사에서 우리 측이 제안한 군사당국 회담, 적십자회담 등에 응할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이 보여준 스타일로 봤을 때 자신들이 만든 테이블로 우리를 끌어내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앞으로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유화적 태도를 보이는 한국을 이용해 실리를 얻고, 국제사회의 제재 공조에 균열을 일으키려 할 가능성이 크다. 줄곧 통미봉남(通美封南) 태도를 보이던 북한이 통남봉미(通南封美)로 태세를 전환한 것도 8개월 가까이 문재인 정부를 지켜보면서 뭔가 얻어낼 게 있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라는 평화 제스처를 통해 대북 제재와 한·미 동맹의 균열이란 목표를 달성한 뒤 다시 핵·미사일 도발에 나설 경우 문재인 정부는 대북정책과 관련, 국내외의 신뢰를 동시에 잃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 등 북한의 수뇌부가 참석했지만, 이후 남북 관계 개선이 흐지부지됐던 사례 등이 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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