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對北전략’ 제언

“이번 회담은 평창참가 한정
비핵화-남북협력 함께 가야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 계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018년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카드를 꺼내 들면서 남북 관계가 중요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얼어붙은 한반도 상황에 돌파구에 생겼다는 점은 평가하면서도 핵 보유 의사를 분명히 한 북한의 대화 공세에 명확한 전략 없이 호응했다가는 한·미 동맹 균열과 남남 갈등, 국제사회 대북제재 공조 이탈 등으로 운전대를 북한에 내줄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기존에 남한을 배제한 채 미국과 직접 상대한다는 ‘통미봉남(通美封南)’에서 ‘통남봉미(通南封美)’로 급격히 선회했다. ‘통미봉남’ 전략이 북·미 대화로 이어지는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미국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핵보유국’ 인정 투쟁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를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남북관계 회복을 통해 대북 제재 국제 사회 연대에 구멍을 뚫겠다는 전략도 엿보인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2일 “섣불리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교류 협력을 준비하게 되면 국제 공조 이탈과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라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평화공세로 한·미 동맹 균열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보수-진보 간 균열을 일으키려는 포석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는 “대북제재가 북한의 통치자금을 고갈시키면서 (남한과의)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을 통한 돌파구 마련의 의도가 숨어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가 섣부르게 남북 대화 속도를 높이기보다 ‘긴밀한 한·미 공조’와 ‘북한 비핵화 원칙 수립’을 통해 호흡조절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실장은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공을 던졌으니 북한에 대답을 하긴 해야 하겠지만, 일단 이번 회담은 평창올림픽에 대한 것만 다루는 게 좋다”며 “‘비핵화’와 ‘남북협력 회담’은 같이 가야지 따로 가면 안 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계기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성사된다고 해도 평창올림픽이 끝난 4월 이후 한반도 긴장이 또다시 격화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조선당국은 외세와의 모든 핵전쟁 연습을 그만두어야 하며, 미국의 핵장비들과 침략 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 행위를 걷어치워야 한다”고 말해 도발 명분을 깔아뒀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과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기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평창올림픽 이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태우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는 “충돌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북한이 요구하는 한·미연합훈련 중단, 평화협정 체결, 한·미 동맹 해체 등을 다 들어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아무런 준비를 안 하고 있다가 큰 위기를 맞으면 그때는 이미 늦는 만큼 미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주·정충신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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