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권한 아니다” 되풀이
의료진 “자리 비우다 퇴근
뭐하러 나왔는지 모르겠다”


주취자(술에 취한 사람) 보호·관리를 위해 공공병원 등에 설치된 ‘주취자응급의료센터’ 파견 경찰관들이 업무 태만을 일삼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술에 취한 환자에게 의사가 얻어맞는데도 주취자응급센터에 상주하는 경찰관은 방관만 하고 있거나, 업무 시간에 자리조차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잦아 환자와 의료진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병원은 서울지방경찰청에 정식으로 민원까지 제기했다.

서울 한 대형 공공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는 전문의 A 씨는 2일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병원에서 간호사가 취객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발생했지만, 파견 나온 경찰관들이 자리를 비워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며 이에 항의하는 민원을 서울경찰청에 냈다고 밝혔다. A 씨는 “경찰관 눈앞에서 여의사가 주취자에게 얼굴을 걷어차여 쓰러졌는데도, 센터에 파견된 경찰관이 ‘우리 권한이 아니니 112에 신고하라’는 말만 되풀이한 적도 있다”며 “많은 의사와 간호사가 ‘이럴 거면 차라리 주취자응급센터에 경찰을 보내지 말고 민생 치안이나 열심히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고 격분했다. 그는 “수년째 응급실 운영회의에 상주 경찰관들을 참석시켜 업무 매뉴얼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마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공의(레지던트) B 씨는 “최근 뇌출혈 의심 환자가 실려 와서 치료하려면 보호자 동의가 시급해 경찰에 인적사항 파악을 요청했는데, 경찰관은 달리 할 일도 없으면서 들은 척도 하지 않아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며 “파견 경찰관들이 응급실을 한 번도 돌지 않고,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거나 커피만 마시다가 퇴근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폭로했다.

그는 “경찰들 사이에선 주취자응급센터 파견이 소위 ‘꿀보직’으로 인식되는 모양인데,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만큼 최소한의 역할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견된 경찰관에게 권한이 없어 상황 대처를 못 한다는 ‘변명’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주취자응급센터 파견 경찰관은 주취자 신원 확인과 보호자 연락은 물론, 주취자가 난동을 피울 경우 질서 유지 역할까지 담당하게 돼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의료진이 의료 행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파견 경찰관은 24시간 사무실에 대기하며 난동을 해결하고 질서유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과 서울시는 2012년부터 6개 병원에서 주취자응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병원마다 경찰관이 6명씩 배치돼 있다.

최준영 기자 cjy324@
최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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