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한 시민이 서울 은평구 불광동 구립도서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북한산 산비탈에 위치한 이 도서관은 주변 자연경관과 잘 어울린 현대적 건축미를 자랑하고 있다.
3일 오전 한 시민이 서울 은평구 불광동 구립도서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북한산 산비탈에 위치한 이 도서관은 주변 자연경관과 잘 어울린 현대적 건축미를 자랑하고 있다.

- ‘도서관 特區’ 은평구

개수로 보면 서울 자치구 1위
예산 편성비율, 상위 3위內에

마을 자체를 도서관으로 건립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고 홍보

신사洞공공도서관 상반기 개관
정지용·윤동주 등 작품 선보여

은평뉴타운 실버영화제 열고
중국어교실 등 亞문화 체험도


도서관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지식과 정보를 보존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또 책과 사람이 만나 소통하고, 공감하는 창구이기도 하다. 도서관에서 인류 역사를 좌우한 위대한 사상과 문화가 탄생했으며, 또 도서관이 문명을 발전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은평구는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수백 명의 작가가 거주하거나 인연을 맺고 작품 활동을 전개한 문학의 고향이다. 또 오랜 전통문화와 풍부한 문화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러한 토양을 갖추고 있기에 은평구민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도서관 문화가 젖어들 수 있었던 셈이다.

은평구에는 구립도서관 6개와 크고 작은 도서관을 포함해 80여 개의 도서관이 곳곳에 조성돼 있다. 다른 자치구에 비해 도서관이 부족했던 은평구는 김우영 구청장 취임 후 구립도서관 2개를 신규 개관했고, 내년에 1개를 추가로 개관할 예정이다.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 내년에 개설될 신사동 도서관 등을 포함해 모두 83개다. 개수로 보면 서울시 자치구 중 1위다. 재정자립도는 비록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3위에 머물지만, 공공도서관 예산편성 비율은 상위 3위 안에 손꼽힌다.

연립주택 3채를 리모델링해서 도서관 공간으로 바꾼 구산동 도서관마을. 은평구청 제공
연립주택 3채를 리모델링해서 도서관 공간으로 바꾼 구산동 도서관마을. 은평구청 제공

◇주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구산동 도서관마을 = 은평구 구산동의 도서관마을은 주민들이 뜻을 모아 만들어낸, 주민이 주인인 공공도서관이다. 김 구청장이 취임 이후 주민들의 여망을 모아 도서관을 짓고자 했으나 100억 원에 달하는 건축비를 조달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김 구청장은 주민과의 협의를 거쳐 다른 곳에 조성될 예정이던 청소년힐링캠프, 어린이 시청각도서관, 만화도서관 등을 한데 모아 짓는 아이디어를 이끌어낸다. 부지는 기존 건물 8채 중 다세대주택 3채를 리모델링해서 도서관 형태로 탈바꿈시킨다. 기존 마을과 주택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마을 자체를 하나의 도서관으로 만든 것이다. 55개 방을 토론·열람실로 조성하고 서재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 구산동 도서관 마을은 지난해 서울시 건축상 대상과 제10회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대상을 받는 성과를 이뤘다.

구산동 도서관마을을 운영하는 주체도 주민들이다. 마을n도서관, 도서관 밴드 문예콘서트, 생태보전시민모임, 어린이도서연구회, 은평두레생협 등 5개 단체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모여 은평도서관마을협동조합을 발족했다. 이들은 직접 마을로 나가 도서관 홍보에도 앞장선다.

◇웅장한 로마신전 형태의 은평구립도서관 = 연신내역에서 불광동 방면으로 좁은 골목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다 보면 북한산 자락에 거대한 요새처럼 지어진 은평구립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지난 2001년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총면적 5060㎡)로 문을 연 은평구립도서관은 지역주민에게 지식과 정보, 문화, 교육의 장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경사지에 비스듬하게 세워진 은평구립도서관은 2001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 2002년 ‘서울시 건축상 은상’을 받았다. 또 2012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국내 건축 우수 공공도서관’으로 선정될 정도로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한다.

◇문화와 자연이 어우러진 신사동 공공도서관(가칭) = 올해 상반기 은평구의 7번째 공공도서관이 개관할 예정이다. 은평구는 근대문학의 요람이라 할 만큼 분단 전후 한국 대표문인 정지용, 윤동주, 최인훈, 이호철 등 문인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동네다. 이런 문인들의 문학정신을 이어받아 윤동주 시인의 모교인 숭실중학교 인근 신사근린공원에 문학도서관 ‘신사동 공공도서관(가칭)’이 들어서는 것이다. 총 사업비 70여억 원이 투입될 도서관은 종합자료실, 어린이자료실, 디지털자료실과 은평구를 대표하는 문인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테마 공간으로 구성된다. 도서관이 지어지는 신사근린공원 일대는 초·중·고교 7곳이 밀집돼 있지만, 독서문화시설이 전무해 공공도서관 건립 요청이 끊이지 않았던 지역이다.

◇도서관이 펼치는 다양한 사업 = 노인 인구가 7만여 명으로 서울시에서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구의 특성을 살려 은평뉴타운도서관은 ‘은평뉴타운 실버영화제’를 열고 있다. 올해 실버영화제는 시니어 세대가 직접 제작하거나 등장하는 작품을 상영해 관심을 모았다. 은평구립도서관은 2000가구가 넘는 다문화가구를 위해 다문화 요리교실, 이주민 학부모가 진행하는 중국어교실 등 아시아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은평구 구립도서관 6곳에선 은평구 문학 작가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이 코너에는 윤동주, 정지용, 이호철, 최인훈 등 은평구 대표 작가의 작품과 은평구 출신 작가들의 작품이 비치돼 구민들이 지역 작가의 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구는 또 2009년 전국 최초로 세상에서 가장 편리한 도서관, ‘책단비 서비스’를 실시한 바 있다. 도서관을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도서관과 가까운 지하철역에 설치된 무인대출·반납기를 이용해 책을 빌리고, 되돌려줄 수 있게 만든 서비스다.

박양수 기자 ys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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