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아픔에 저항해 고통을 가중하기보다 자기연민 명상으로 저항의 강도를 완화해야 극단적인 절망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경북 경주 문무왕릉 앞바다에서 일출을 앞두고 갈매기들이 비상하고 있다.  박경일 기자 parking@
삶의 아픔에 저항해 고통을 가중하기보다 자기연민 명상으로 저항의 강도를 완화해야 극단적인 절망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경북 경주 문무왕릉 앞바다에서 일출을 앞두고 갈매기들이 비상하고 있다. 박경일 기자 parking@

(19) 절망을 이기는 명상 (끝)

저항 길어지면 자기 비난·공격
자신 고립시키며 세상과 단절
무기력·자살충동 등으로 악화

나만 고통받는다는 생각 금물
인생교훈 있다는 믿음 가져야
남에게 친절 베풀듯 자기연민을


이번 회에서는 자기연민 명상을 통해서 극단적 절망의 이해와 치유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극단적 절망에 대한 진실한 이해 = 세계적인 자살위기치료 권위자인 마샤 리네한은 자살 충동을 가진 사람을 마치 빛과 창문이 없는, 사방이 흰 벽으로 둘러싸인 어둡고 조그마한 방에 갇혀 있는 상태에 비유했습니다. 그곳은 뜨겁고 습하며, 아주 극단적으로 고통스럽기 때문에 가치 있는 삶을 살고자 출구를 찾으려고 해도 발견할 수가 없고, 벽을 할퀴면서 발버둥을 쳐봐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종국에는 바닥에 넘어져서 무감각해지려고 해도 소용이 없고, 기도해도 소용이 없고,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한순간도 견딜 수 없는 상태와도 같다고 했습니다. 그런 절망적인 상태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이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는 자살의 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조건에 처한 사람에게 삶을 유지하라고 설득하거나 자살은 이기적인 행위라고 말하는 태도에는 진정한 지혜와 연민심이 부족하다고 주장합니다. 또 소방관이 불에 타고 있는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 사람을 구해내듯이 자살하려는 사람의 손을 붙잡고 함께 빠져나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진정한 연민심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표현으로 행동과 실천을 강조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자살만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선택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극단의 이면에는 자기를 돌보려는 선한 의도가 있다 = 타자를 향한 공격의 극단적인 행위가 살인이라면 자살은 분명 자기 공격의 또 다른 극단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리네한의 묘사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자살 충동의 이면에는 어떻게든 극심한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고통을 멈추게 하려는 선한 의도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한 이해가 선행될 때, 자살만이 유일한 살길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고통을 향해서 우리는 무조건적인 공감과 공명, 그리고 무한한 친절과 연민의 자세로 다가갈 수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전문적인 진단이나 분석이 아니라, 자살 충동의 고통으로부터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새로운 출구를 발견하도록 도와줄 수가 있습니다.

◇극단은 만성적인 저항의 결과다 = 우리는 지난 회에 ‘루미의 여인숙’이라는 시를 은유적으로 사용해서 우울·슬픔과 같은 방문객이 우리를 찾아올 때, 그들을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친구가 되는 5단계 과정을 알아보았습니다(저항-탐색-인내-허용-친구 되기). 개인적으로 자살 충동은 바로 저항의 단계가 만성적으로 오래 지속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붓다는 ‘두 번째 화살을 맞지 말라’고 합니다. 날아오는 화살을 피할 수는 없었더라도 그러한 현실을 비관하거나 부정함으로써 고통을 덧씌우지는 말라는 뜻입니다. 명상에서는 ‘고통(suffering)=실제 아픔(pain) × 저항(resistance)’이라고 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질병·경제적 어려움에서 오는 아픔은 때로 피할 수 없지만 그 아픔을 인정하지 못하고 저항할 때 대개 상황은 더 악화되고 더 큰 고통에 직면하게 됩니다.

◇저항의 해독제로서의 자기연민 명상 = 저항단계에서 방문객을 대하는 우리의 반응은 크게 3종류로 나타나는데, 문을 막고 꺼지라고 소리를 지르는 투쟁 반응, 집 안에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회피 반응, 고통으로 마음이 멍하게 얼어붙는 반응입니다. 저항의 시간이 길어지면, 고통에 맞서는 투쟁 반응은 자기 비난·공격으로 바뀌게 되고 회피 반응은 스스로를 고립시키면서 세상과의 단절을 낳고, 멍하게 얼어붙는 반응은 자기 안에 몰입돼 외부 자극에 둔감해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 반응이 서로 얽혀서 무기력·우울·자살 충동 등으로 발달하게 됩니다.

만일 우리가 삶의 아픔에 투쟁하고 저항하면서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면, 일단 자기연민 명상으로 저항의 강도를 완화해야 합니다. 자기연민 명상은 저항의 삼총사인 자기비난·혐오, 자기고립, 자기몰입의 해독제를 통해서, 자기비난·혐오는 자기친절로, 자기만 고통받는다는 생각은 다른 사람들도 자기처럼 힘들게 살고 있다는 자각으로, 자기몰입은 마음 챙김으로 고통에 대한 저항을 내려놓도록 도와줍니다.

저항의 강도가 어느 정도 완화되면, 고통은 두렵지만 고통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는 인생교훈이 있다는 믿음은 우리를 탐색의 단계로 안내합니다. 고통이 주는 교훈과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함께 자기연민 명상훈련은 우리로 하여금 고통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고통과 함께 머물면서 고통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용기와 힘을 갖게 해줍니다.

자살 충동을 겪는 사람의 경우는 개인적이고 전문적인 세심한 돌봄과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면을 통한 실습은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이 힘든 분들이 있다면, 여러분이 진실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지금 여러분과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가슴을 열고 그 사람을 향해서 일어나는 가슴의 소리를 들어봅니다. 그 친구에게 뭔가 말해주고 싶고, 위로해주고 싶어 하는 것을 여러분 자신에게도 똑같이 해 줄 수 있는지 봅니다.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의 인연에 감사하며 여러분의 행복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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