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회고록, 개인사·가족사 기록 등 글의 형식이 뭐가 됐든 스스로의 삶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행동이다. 우리 모두는 우리가 성취한 일, 생각, 감정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픈 욕구가 있다. 가족사 기록은 자녀, 손자, 손녀들에게 그들의 정체성과 뿌리를 알려주는 가치 있는 도구가 된다.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그 사람이 갖고 있던 기억은 사라지지만, 글을 남기면 그 기억을 지킬 수 있다.”
저널리스트이자 편집자였고, 대학에서 오래 논픽션 글쓰기를 가르쳤던 ‘작가들의 작가’ 윌리엄 진서가 말하는 자전적 글쓰기가 필요한 이유이다. ‘스스로의 회고록’(xbooks)은 진서가 들려주는 회고록 쓰기 지침서다. 그는 책에서 삶의 모든 과정이 어떻게 글이 되는지를 말해주고, 그렇게 삶이 글이 되는 과정에서 누구든 ‘내 삶의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알려준다. 그가 말하는 회고록 쓰기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진실의 발명’이다. 사실관계만으로는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신과 과거를 함께했던 사람, 장소, 사건에 대해 열심히 디테일을 수집했어도 그 디테일만으로는 회고록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디테일을 내러티브로 엮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말한다. 과거의 기록, 사진, 편지, 일기장 등을 뒤져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은 자신의 몫이고, 그중 쓰고 싶은 이야기만 추리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버려도 좋다고. 우리는 신문기사가 아니라 ‘나의 회고록’을 쓰는 것이고 ‘나만의 서사’를 발견해 내는 것이 관건인 까닭이다.
‘스스로의 회고록’은 회고록 쓰기 지침서인 동시에 윌리엄 진서의 회고록이다. 자신의 가정환경에서 시작해 학창 시절, ‘뉴욕헤럴드트리뷴’ 기자 생활, 아내와 함께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있었던 일, 음악가로서 살았던 시절의 에피소드 등 자신의 회고록을 실례로 제시하며 어떤 소재를 고르고, 버릴 것인지, 어떤 분위기나 어조로 쓰는 게 좋을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이 구체적인 예를 통해 질서 없는 우리 삶이 어떻게 문장으로, 문단으로, 글 한 편으로 조직되는지 알려준다. 여기에 더해 진서는 회고록 쓰기 기술과 함께 인생 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작가가 쓴 회고록을 읽고 싶어 할 독자는 없다”는 그의 말을 따라가 보면 결국 좋은 회고록을 쓰는 비법은 ‘나다운 삶을 사는 것’이라는 데 닿는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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