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평창’ 언급 그쳤는데
정부선 군사회담 거론하고
이산 상봉 이야기까지 나와

전문가들 잇단 신중론 제기
“올림픽 외의 다른 이슈는
최대한 미루는 전략 필요”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회담의 주체도 격상할 수 있는 고위급 회담을 제안한 데 대해 북한의 의도에 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권 내에서조차 북한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정부가 가속페달을 지나치게 밟는 것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3일 “이번 회담이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논의로 국한될 수 있게 다른 이슈와 관련된 회담은 평창 이후로 최대한 미루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회담 주제를 광범위하게 잡을 경우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결렬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을 때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뿐 아니라 다른 가시적인 조치까지 논의되기를 바라고 있다. 전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 주제나 참석자의 격을 정하지 않은 채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 북한만 호응한다면 이산가족 상봉이나 군사 당국 회담 등을 위한 논의도 피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다.

북한의 제의로 대화 국면이 조성됐는데 대화 방식도 지나치게 포괄적일 경우 받아들이기 어려운 북한의 요구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한 것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남측을 도와주는 것으로 인식, 그 보상으로 대북 경제제재 조치 해제와 경제협력 및 인도적 지원 재개를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외세와의 모든 핵전쟁 연습을 그만두어야 하며 미국의 핵 장비들과 침략 무력을 끌어들이는 일체 행위들을 걷어치워야 한다”고 말해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순환 배치 철회 등을 얻어내겠다는 의도를 보이기도 했다. 대화를 강력하게 원했던 정부 입장에서는 논의 테이블이 열리면 아무 성과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는 시나리오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남한 정권 ‘1년차 도발, 2년차 대화 모색’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3년 북한은 3차 핵실험, 영변 원자로 재가동 등 도발로 일관하다 2014년 김정은 신년사를 통해 상호 비방 및 적대행위 중단을 요구하는 이른바 ‘중대 제안’을 내놨다. 같은 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간의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기도 했지만, 북한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대화가 풀리지 않자 도발의 강도를 더 높이는 행태를 보였다. 이번 대화 제의도 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로 ‘길들이기’ ‘떠보기’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전례 때문에 여권이나 정부 내에서도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전날 열린 정부 시무식에서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오랜만에 열릴 것으로 보이지만 만만치 않은 대화가 될 것”이라며 “북한이 또 다른 대접을 요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했다.

김병채·김영주 기자 haasskim@munhwa.com
김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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