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안된 측근 줄줄이 임명
‘전문 역량·경험 소홀’비판론
前정부 외교실패 되풀이 우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단행된 공관장 인사가 사실상의 ‘공신 잔치’로 전락하면서 이전 정부에서 되풀이됐던 ‘아마추어 외교의 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외교 흐름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외교적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대통령 측근들이 대거 주요 공관장에 앉으면서 외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2일 39명의 공관장(대사 29명, 총영사 10명)을 비롯해 최근 60개 재외공관장 직위 인사(내정 포함)를 단행했다. 이 중 상하이 총영사에 임명된 박선원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 헝가리 대사에 임명된 최규식 전 민주통합당 의원, 독일 대사에 임명된 정범구 전 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적인 특임 대사로 분류된다.

특임 공관장은 지난해 하반기 중 순차적으로 임명돼 현지 업무에 착수한 미·중·일·러 4강 대사(조윤제 미국 대사, 노영민 중국 대사, 이수훈 일본 대사, 우윤근 러시아 대사)까지 포함하면 총 16명이나 된다. 정부는 특임 대사 등 외부 출신 공관장 비중을 더욱 늘려 임기 내 30%까지 만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대선 캠프 출신들이 재외 공관장으로 갈 경우 대통령의 의중을 상대국에 잘 전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과거 정부에서 능력 등이 검증되지 않은 공신들이 주요 대사를 맡았다가 외교 문제를 어렵게 만든 일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가 외교 다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외교 일선에 나가 뛰어야 할 대사들의 전문 역량과 경험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 때 홍석현 전 주미 대사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파문에 연루되면서 최단기간 주미 대사라는 불명예를 안고 낙마했다. 당시 북핵 관련 6자 회담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미 일정 등이 겹친 상황에서 주미 대사 자리가 비면서 북한 문제를 놓고 한·미 간 파열음이 났다.

이명박 정부 때는 권철현 전 주일 대사가 2008년 4월 기자 간담회에서 ‘과거보다 국익’을 강조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의 비난을 자초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책임으로 물러난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주중 대사에 임명하면서 ‘인사 돌려막기’ 논란이 일었다. 김 전 대사는 한·중 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당시 중재 능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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