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신년사에 대한 정부의 반응은 예상대로 ‘환영과 호응’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우리의 제의에 호응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시기·장소·형식 등에 구애됨이 없이 북측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다시 한 번 밝힌다”면서 오는 9일 판문점에서 고위급 회담을 갖자고 제의했다. 전쟁 중에 적국끼리도 대화와 협상을 한다는 점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이 한 달여 앞이라는 점에서 대화를 회피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북한 정권의 의도를 면밀히 따져보고 대응하지 않고 ‘대화 지상주의’에 매달리듯 조급하게 움직이면 상대 전략에 말려들게 된다.

김정은 신년사 전문을 읽어보면 평창올림픽 참가 및 남북 대화 언급에 많은 노림수가 숨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핵·미사일 개발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국제 제재의 균열을 노리는 것이다. 김정은은 자신의 북핵 프로그램에 따라 치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럼에도 김정은이 정부 제안에 호응했다는 식으로 본다면 순진도 넘어 무지한 분석이다. 이번 신년사의 주된 내용은 미국을 겨냥한 ‘핵단추’였다. 따라서 문 정부가 남북관계 악화와 한반도 안보 위기의 ‘본질’인 북핵에 침묵하면서 대화에만 매달린다면 본말(本末) 전도에 따른 심각한 후유증을 자초하게 된다. 북핵 폐기를 전제로 한 남북대화 원칙이 붕괴하고, 국제 제재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의 숨통만 터주게 된다.

미국은 이미 이런 우려를 하기 시작했다. 남북대화 제안에 대해서는 김정은의 교활한 전술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백악관 대변인은 2일 “대북 정책에 변함이 없다”면서 “최대의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도 “대화에 대한 김정은의 진정성에 매우 회의적”이라면서 “한·미 사이에서 어떤 이간질을 하려 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할 경우 미국 선수단의 불참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이미 목표의 상당 부분을 이뤘다. 한·미 정부의 인식차(差)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더 냉철해져야 한다. 대화가 시작돼도 올림픽에 국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또 핵 개발의 시간과 자금만 지원하는 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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