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교두보 반드시 확보를
사업부마다 ‘등자’ 마련하자”
올 매출 22% 상승 전망에도
위험 관리·中 추격 대비 당부
칭기즈칸이 세계 제국 ‘팍스 몽골리카’를 열었던 배경에는 조그만 도구 하나가 있었다. 말 안장에 달린 발 받침대인 ‘등자’다. 간단한 발걸이에 불과하지만, 등자는 전쟁 승리에 적잖게 기여했다. 혼자서도 말을 쉽게 타고, 말과 기병에게 일체감을 준 등자 덕분에 기동력을 끌어올린 몽골은 최강 기마병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평정했다.
전영현(사진) 삼성SDI 사장이 새해 벽두부터 ‘등자론’을 꺼내 들었다. 급성장하는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기술력이 가장 중요한 만큼 삼성SDI만의 등자를 갖춰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전 사장은 지난 2일 경기 수원시 전자소재연구단지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전기차 등 전방 산업의 고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올해는 성장 교두보를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사업부별로 각각의 등자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가 예상보다 빨리 탄력받으면서 올해 변곡점에 접어들었다. 전기차 원가의 40% 이상 차지하는 배터리를 만드는 업체들의 시장 지위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2~3년 내 배터리 시장이 만개하면 결국 살아남을 회사는 선도기업 3~4개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 사장이 등자론 을 제시하면서 배터리 일류화를 강하게 주문한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시장이 활짝 열려도 핵심 기술을 가지지 못하면 ‘남의 잔치’만 구경하는 처지에 몰릴 수 있다는 게 전 사장의 판단이다.
삼성SDI에 대한 시장 시선은 밝은 편이다. 실적 측면에서는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22%, 28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소형과 중대형 배터리 모두 수익을 골고루 올리면서 실적 반등이 본격화된 것이다.
상승세를 앞세워 도약하기 위해서는 선결 과제가 있다. 먼저 리스크(위험) 관리다. 전 사장은 “전기차 발주와 회사 투자 규모가 동시에 커지는 가운데 관리, 영업, 구매 등 전 부문이 수익성을 각별히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원자재의 안정적인 조달 방안도 숙제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도 매서운 추격자다. 결국 이런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결은 등자이며, 사업부별로 어떤 등자를 발굴할지에 따라 몇 년 후 시장 입지가 달라진다는 게 삼성SDI의 위기의식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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