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 망간의 함유량에 따라
내마모성·비자성·고성형성 등
다양한 성능 구현 신개념 강종
수많은 시행착오끝 개발 성공
자동차용 TWIP로 첫 상용화
오일샌드 슬러리 파이프 소재
지난해 엑슨모빌과 공급 계약
“대표적 미래 고부가가치 철강”
세밑 연휴를 앞둔 지난해 12월 28일 찾은 전남 광양시 제철로 광양제철소 후판공장은 차가운 바깥 날씨와 달리 고온가열된 철판들이 내뿜는 열기와 압연기 등에서 발생하는 굉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2010년 준공된 이 공장을 찾은 것은 이곳이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망간(Mn)강’ 제품을 유일하게 대량으로 상업 생산하는 장소이기 때문이었다. 실제 이날 총 길이 1.6㎞의 후판 생산라인에서는 일반 탄소강 제품과 고망간강 제품들이 병행 생산되고 있었다.
고망간강은 쇳물에 3~27%의 망간을 첨가해 만든 철강재로 망간 함유량에 따라 내마모성, 비자성(자성이 없는 성질), 고강도·고성형성, 극저온인성(극저온에서도 강재가 깨지지 않는 성질) 등 다양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는 신개념 강종이다.
정영덕 기가스틸상용화추진반 과장은 “고망간강은 일반 탄소강보다 강도가 훨씬 높아 일반 후판공장에서는 가공이 어렵고 세계 최대 1만2000t급 압연기가 설치된 이곳에서 가공한다”며 “잘 들어보면 압연(회전하는 2개 롤 사이로 금속을 통과시켜 여러 형태로 만드는 작업) 시 나는 ‘땅땅’하는 소음도 탄소강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고망간강은 수축, 팽창 패턴도 탄소강과 달라 가공 시 보다 정교한 제어가 필요하고 자를 때도 가스 절단기 대신 플라스마 절단기를 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포스코는 2012년부터 고망간강에 대한 압연 등 가공 테스트를 시작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2015년부터 실제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
같은 시간 인근 포스코기술연구원 광양연구소 투과전자현미경실에서는 연구원들이 전자현미경을 활용해 새로 개발한 고망간강 제품의 조직 구조를 살피고 있었다. 원자 단위인 2㎛ 크기까지 최대 160만 배 확대 가능한 전자현미경은 부가장치 포함 시 40억~50억 원에 달하는 고가 실험장비다. 실험실에서 만난 김용진 책임연구원은 “직경 3㎜짜리 시편에 다양한 외부 변형을 준 뒤 조직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 밖에 내마모성을 비롯해 인장 강도, 구멍 확장성, 용접 실험 등을 통해 고망간강 제품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1990년대부터 연구를 시작해 대표 고부가가치 철강재로 개발한 고망간강은 기존 제품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여러 우수한 특성을 지녀 많은 경쟁사들과 고객사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고망간강 제품 중 최초로 상용화된 제품은 자동차용 TWIP(Twinning-Induced Plasticity)강으로 1㎟당 100㎏의 하중을 견디면서도 같은 강도의 철강재보다 가공성이 3배나 높다. 포스코는 2003년부터 양산 노하우를 축적하고 합금 첨가량 최소화 등으로 제조원가를 낮춰 2010년부터 TWIP강을 유럽 등의 완성차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기존 자동차용 강판을 TWIP강으로 대체할 경우 단위 부품 무게를 28%나 경량화할 수 있어 최근 수요처가 확대되고 있다.
또 포스코 고망간강은 높은 내마모 성능으로 최근 세계 최대 석유업체 엑슨모빌의 오일샌드 슬러리(모래와 물, 기름 혼합물)파이프용 소재로 채택돼 본격적인 시장 확대의 길을 열었다. 포스코는 고망간강을 슬러리파이프용 소재로 적용하기 위해 엑슨모빌과 5년간에 걸친 품질 검증 끝에 지난해 3월 고망간강 양산 및 공급에 합의했다. 고망간강으로 제작된 강관은 기존 제품 대비 내마모성이 2배 이상 우수한 데다 마모가 진행될수록 오히려 단단해지는 특성을 갖춰 설비 유지·보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평가다.
고망간강은 영하 196도의 극저온에서 쉽게 깨지지 않는 특성을 활용해 LNG 저장 및 이송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실제 포스코는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세계 최대 LNG 추진 벌크선의 연료탱크 소재로 극저온용 고망간강을 납품한 바 있다. 이 밖에 철강에 망간을 17%가량 첨가하면 진동을 잘 흡수하는 침상구조(바늘처럼 세밀한 조직)가 만들어지는 특성을 활용해 기존 소재 대비 층간소음을 최대 90% 저감할 수 있는 바닥판 소재도 개발했다.
김성규 기가스틸상용화추진반 수석연구원은 “포스코가 독자기술을 보유한 고망간강 제품은 다양한 물리적·화학적 특성을 지녀 무한변신이 가능한 대표적인 미래 고부가가치 철강재”라며 “고망간강의 잠재력에 주목한 다른 철강사들로부터 기술 제휴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데 포스코는 고망간강 가공기술을 공급해 관련 시장을 확대하고 차세대 철강기술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광양 =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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