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란 씨가 4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자신의 음식점에서 불우 아동 후원에 대해 이야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박경란 씨가 4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자신의 음식점에서 불우 아동 후원에 대해 이야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퇴사 뒤 후원 더 늘린 박경란씨

아이들 돕기 열중하다보니
정작 제자식 돌보기에 소홀
20년 사회복지사 일 그만둬

음식점 창업 뒤 후원금 늘려
남편도 동참 4000만원 기부

“금액보다 마음먹는 게 우선
단돈 100원이라도 시작하길”


‘아동 복지 전문 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기부를 할까?’

아동 후원 재단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대부분 사회복지사 자격을 갖추고 있다. 많지는 않지만, 당연히 매달 급여에서 일정 금액을 후원금으로 공제해 기부활동을 한다. 사회복지업 자체가 나눔을 실천하는 직업인 탓에 급여가 많지 않지만, ‘박봉’을 쪼개 ‘나눔의 사랑’을 직접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경란(여·52) 씨는 2008년 퇴사할 때까지 20년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불우 아동을 보살피는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 씨는 재단을 퇴사한 이후 오히려 기부 활동을 더 활발히 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재단에서 일할 때는 매달 급여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해 후원하다 보니 금전적으로는 그리 많이 후원하지는 못했어요. 오히려 재단에서 나온 후 후원 활동을 더 늘리게 됐습니다. 쓰는 만큼 (돈이) 들어온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후원금을 늘리게 된 것이죠.”

박 씨는 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왕성한 자신의 후원 활동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2012년 음식점을 경영하게 되면서 박 씨는 월 수익금의 1%가량을 후원금으로 기부하는 것은 물론, 매달 불우한 어르신을 대상으로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봉사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그 역시 ‘좋아서’ 아동 후원 재단에 둥지를 틀게 됐다고 설명했다.

“재단에 들어가기 전에 대기업에서 3년 반을 근무했어요. 고졸 사원으로 입사했는데, 대학 진학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학업에 매진했죠. 대학에 다니면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알게 돼 입사하게 됐어요. 평소 하고 싶던 일이기도 해서 정말 일에 푹 빠져 살았어요. 그게 오히려 재단을 퇴사하는 이유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

재단 일에 너무 열중하다 보니 정작 자신의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이다. 중·고교생 두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다는 ‘자책감’이 들었다고 한다.

“불우한 아이들을 돌보는 재단 일이 너무 좋기는 했는데, 정작 내 아이들과 집안일에는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에너지’가 달리기도 했고요. 계속 재단 일을 하고 싶기는 했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과감히 퇴사를 결심하게 됐죠.”

재단 퇴사 이후 박 씨는 음식점을 차렸다. 사업으로 ‘돈’을 만지게 되니 자연히 아동 후원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재단에 있을 때 모금 사업 파트에서 주로 일을 했어요. 기업이나 후원자들을 찾아다니는 업무였죠. 그중에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사장님을 개인 후원자로 섭외했는데, 후원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나 흔쾌히 후원금을 내주셨어요. 지금은 어느새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는데, 그 사장님이 지금 저의 ‘롤 모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박 씨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남편에게도 아동 후원을 적극 추천한다고 한다. 남편이 2016년에는 2000만 원을 맡겼고, 최근에도 1000만 원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후원금으로 내놨다. 박 씨 부부는 1월에도 1000만 원을 후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불우 환우를 돕겠다는 취지다.

“남편 회사 직원들에게도 불우 아동을 돕자고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있어요. 그래서 직원들도 ‘급여 끝전 떼기’ 등으로 십시일반 후원금을 내고 있죠.”

사업이 어려워지거나, 음식점 장사가 안될 때는 누구나 후원 중단을 한 번쯤은 생각해 볼만하지만, 박 씨 부부는 20년 넘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금액도 단돈 1000원이든, 100원이든 마음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어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나간 다른 동료 중에도 열심히 후원활동을 하는 동료가 많이 있는데, 더 많은 동료가 여기에 동참해 줬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세상을 의미 있게 잘 살아간다는 것은 아이들의 마음에 희망의 씨앗을 심는 일이 아닌가 생각해요. 어떤 씨앗은 내가 심었다는 것도 까맣게 잊을 수 있지만, 그 씨앗은 어느새 쑥쑥 자라나 우리를 감싸주는 넉넉한 숲을 이루게 될 겁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함께하는 우리, 행복한 어린이 ’는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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