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수 조사팀장

최근 취임한 민유숙 대법관은 1992년부터 청문회가 열렸던 지난달까지 주·정차 위반 등으로 22차례, 남편인 문병호 전 의원은 31차례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좁은 국토에 인구도, 차량도 많으니 불법주차는 흔한 일이 됐다. 재수 없으면 ‘스티커’ 끊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엄연한 불법이다. 국민 생명을 위협한다는 사실도 제천 참사로 거듭 확인됐다.

새해 첫날 관심 뉴스가 불법주차였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릉소방서 경포 119안전센터 앞마당이 해맞이 차량의 불법 주차로 뒤엉켰다. 제천 참사에도 인근의 불법주차는 여전하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불법주차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관련 법안들은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긴급 자동차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 주·정차 특별금지구역을 지정하고, 소방 과정에서 일어나는 피해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 등이 발의된 지 1년여 되지만 상임위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4년 4월 미국 보스턴의 한 주택가에서 소방호스가, BMW 승용차 앞 좌석 양쪽 유리창을 관통한 사진이 화제가 됐다. 소방관들이 불법주차 차량의 유리창을 부수고 소방호스를 장착한 것이다. 같은 해 10월 캐나다 몬트리올 거리에서 소방차가 불법주차된 BMW 차량의 범퍼를 부수고 가는 동영상도 있다. 소방차가 화재 현장으로 가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앞서 있던 불법주차 차량을 전방으로 쭉 밀어낸 후, 오른쪽에 있던 차량을 강타하고 달리는 모습이다. 두 사례 모두 승용차 운전자는 수리비를 받기는커녕 고액의 벌금을 물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선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차주에게 차를 빼달라며 전화를 거는 촌극이 되풀이되고 있다. 차량 훼손 시 현장 소방관이 개인 돈으로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소방관이 소방 활동 중에 발생한 피해를 자기 돈으로 물어준 사례가 20건이나 된다.

일본 여행 시 도쿄 주택가를 둘러본 적이 있다. 주택가 입구에 대형 공·사설주차장이 인상적이었다. 주민들은 퇴근 후 이곳에 주차하고 걸어서 집에 간다. 이 때문에 주택가 도로에 차량을 볼 수 없었다. 우리도 일부 지역에 공·사설주차장이 있지만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이 주요 국정과제지만 제도와 국민의식은 아직 멀었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