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길에 우연히 들른 전남 장성의 한 시골집. 여름내 무성하던 잎도 다 떨어지고, 지난가을 온 집안을 풍성하게 채우던 붉은 열매도 다 내준 감나무가 마당 한쪽을 지키고 섰습니다. 세찬 겨울바람이 쌩쌩 불어도 뭐 하나 걸릴 것 없는 앙상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앙상한 감나무 가지에 따다 남은 홍시 하나가 동그마니 매달려 있네요. 작고 가녀린 몸으로 추운 겨울을 버텨야 하는 날짐승들을 위한 몫이랍니다.

모두 다 취할 수도 있지만 나보다 못한 이들을 위해 조금쯤은 양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

다시 밝은 새해에는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야겠습니다.

시리도록 맑고 휑한 겨울 하늘에 붉은 점을 콕 찍어 놓은 듯 하나 남은 까치밥이 유난히 눈에 띕니다.

신창섭 기자 bluesk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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