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남북 당국 간 회담 개최를 북측에 제의한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 직원이 이산가족상봉 기원 희망 메시지를 정리하고 있다.
정부가 오는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고위급 남북 당국 간 회담 개최를 북측에 제의한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 직원이 이산가족상봉 기원 희망 메시지를 정리하고 있다.
- 남북회담 준비 본격화

연락채널 복원까지 일사천리
주제·시기 등 샅바싸움 시작

南, 9일 제안… “주제 넓히자”
北, 답 안해… 평창참가 집중


판문점 연락 채널 복원으로 남북회담에 속도가 붙으면서 양측 간의 회담 주제와 형식, 시기 등을 둘러싼 샅바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북한은 지난 3일 연락 채널을 23개월 만에 복구하고 4일 오전 다시 전화를 걸어 왔지만 회담과 관련한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오는 9일 고위급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열자고 제의한 것에 대해 이틀간 묵묵부답하고 있는 것이다.

4일 통일부 관계자는 “회담 개최가 결정될 경우에 대비해 제반 준비를 하고 있다”며 “과거 남북회담이 청와대 중심으로 흘러가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통일부 중심으로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복원된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구체적인 회담 실무 협의 내용이 오면, 이를 바탕으로 ‘남북회담 전략기획단’을 가동해 회담 실무 작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방침이다.

통일부, 국가정보원, 국방부, 외교부 등 관계 부처 인사로 구성될 기획단은 남북회담 준비 작업을 위한 회의체 성격을 띠고 있다. 차관이 단장을 맡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에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대북 회담 제의를 직접 한 만큼 장관이 단장을 맡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9일로 고위급 회담 날짜를 제시한 상태지만, 북한의 반응에 따라 회담 성사 여부와 시기 모두 유동적인 상황이다. 북한이 남북회담의 의제와 대표의 격, 형식 등과 관련해 어떤 제의를 해오느냐에 따라 우리 측의 회담 준비 작업도 영향을 받게 된다.

조 장관은 지난 2일 회담을 제의하면서 “우선 평창동계올림픽에 북측 대표단이 참가하는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면서도 “서로 관심 사항에 대해, 또 북측에 제기해야 할 사항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제시한 군사회담과 적십자사 회담, 이산가족 상봉, 북핵·미사일 문제 등 주요 현안까지도 논의하자는 의미다.

반면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는 평창올림픽 문제에만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판문점 연락 채널 개통을 밝히면서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실무적인 대책들을 시급히 세울 데 대한 구체적인 지시”라며 회담 주제를 평창올림픽으로 한정했다. 우리 정부가 제시한 회담 일정에 대해서도 답을 하지 않는 등 회담 주제와 시기 등을 놓고 기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의 결심으로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한 상황이기 때문에 평창올림픽 종료 때까지는 남북 유화 국면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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