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등 “즉각 이행” 촉구

반정부 시위가 2년 넘게 계속되는 에티오피아가 정치범 석방과 수용소 폐쇄를 갑자기 선언했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정치범 구금을 인정한 것은 처음으로, 이번 발표는 “민주의 장을 모두에게 확장한다”는 취지로 이뤄졌다.

3일 AP와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하이을러마리얌 더살런 에티오피아 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같은 조치를 밝혔다. 그는 “기소를 앞둔 정치범들, 체포된 정치범들이 풀려날 것”이라며 “‘매켈라위’(Maekelawi)로 불리던 악명 높은 감옥도 닫고 박물관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야권,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매켈라위는 에티오피아 당국이 평화 시위자, 언론인, 야권 인사 등 정권에 반대 목소리를 내면 누구든지 붙잡아 잔인하게 신문하는 고문실 기능을 했다.

정부의 이 같은 깜짝 발표는 최근 몇 달간 중부 오로미아주와 북서부 암하라주를 중심으로 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나왔다. 현재 에티오피아에서는 한때 계엄령이 내려질 정도로 심각한 반정부 시위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에티오피아 인구 1억여 명 중 각각 33%, 27%가 사는 오로미아, 암하라는 반정부 시위에 잠식돼 기업, 대학, 교통망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 따라 석방될 정치범의 수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에티오피아 재야 인사들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투옥을 겪은 유명 블로거인 베페카두 하일루는 “눈물과 씨름하며 글을 쓴다”며 “이 모든 선언이 즉각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과 야권도 정치범들이 날조된 혐의로 체포돼 자신들의 견해 때문에 처벌받고 있다며 그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한편 아프리카에서 미국의 동맹인 에티오피아 정부는 오래전부터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들과 야권 지도자들을 구속해왔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에티오피아 민중혁명민주전선’이라는 4개당 연합세력이 1991년부터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현재 의회 547석 가운데 야당 의석은 하나도 없을 정도다. 반면 현 정권은 자유 확대를 요구하며 2015년 후반부터 이어진 반정부시위에 맞서고 있다. 시위 과정에서 2016년 수백 명이 숨졌고, 수만 명이 투옥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도 베켈레 게르바 오로미아 연방주의회(OFC) 부의장을 비롯해 국민에게 신망이 높은 야당 정치인들도 구금 상태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의 피세하 테클레 연구원은 “오늘 발표는 피비린내 나는 억압의 시절을 끝내는 신호”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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