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인기속 진상고객 속출
안들어주면 별점 깎는다 협박
음식 시킨 그릇엔 쓰레기 수북
“음식은 맛있는데 요구사항을 안 들어줘서 별 하나 뺍니다.”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배달앱)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배달업체를 상대로 “가는 길에 음식물 쓰레기 봉투 좀 버려달라”거나 “오는 길에 담배 사다 달라”는 등 심부름을 시키며 ‘갑질’하는 진상 소비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산한 배달앱 이용자 수는 2013년 87만 명에서 2015년 1046만 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배달앱 시장 거래 규모도 같은 기간 3647억 원에서 1조5065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야식집을 운영하는 A(50) 씨는 4일 “쓰레기를 버려달라는 심부름은 물론이고 특정 브랜드를 골라 담배나 술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도 많다”며 “지난번엔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다 줬더니 왜 가격이 더 싼 마트에서 안 샀느냐고 뭐라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그는 “별점을 뺄까 봐 웬만하면 사다 주는데, 그런데도 ‘배달이 늦는다’고 불평을 하더라”며 “제발 심부름은 심부름 업체에 시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치킨집 업주는 고객이 치킨 배달을 시키면서 과자와 참치 등 식료품은 물론 비타민 영양제까지 사오라고 요구한 화면을 캡처해 업주 커뮤니티에 올리며 황당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중국음식점 등에서는 음식을 시킨 그릇에 자기 집 쓰레기를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울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회용품 그릇을 쓰는 중식당이 늘게 돼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서 수년째 중국음식점을 운영해왔다는 B(48) 씨는 “음식물 쓰레기를 담아놓는 건 예사인 데다, 그릇을 재떨이로 써서 태워 먹는 경우도 많다”며 “그 정도로 상하면 씻고 새로 쓰기도 어려워 지난해부터는 아예 일회용품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업주들의 고충에 배달앱 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통신중개판매업자라 주문 취소 등을 강제할 순 없다”며 “서로의 사정을 양해하고 양보하자는 계도의 말씀 정도를 드릴 뿐”이라고 난감해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배달을 시키는 이들도 누군가에게는 ‘을’이면서, 자신보다도 덜 보호받는 이들에게 갑질을 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라며 “배달원뿐만 아니라 백화점 점원·주차요원·청소용역노동자 등을 보호할 법적 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수민·조재연 기자 human8@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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