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지관리 사업자, 인력 철수

주민 ‘原電인근’ 이유로 불신
완공 3년간 수돗물 공급못해

정부는 부산시에 맡긴채 방관
내년 비용도 서로 미루다 파탄


2000억 원가량을 들여 국책사업으로 건설한 국내 최대 규모의 ‘부산 기장 해수담수화시설’(사진)이 완공 3년 만에 수돗물 공급도 못해 보고 결국 가동이 중단됐다. 이에 따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민 불신’과 정부의 ‘무관심’, 부산시의 ‘네 탓 타령’으로 혈세만 날리게 됐다.

4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해수담수화시설 유지·관리 책임사업자인 두산중공업이 지난 1일 철수해 시설 가동이 중단됐다. 지난 2014년 말 완공 이후 두산중공업은 3년간 수돗물 공급을 하지 못해 유지·관리비용으로만 100억여 원의 누적적자에 시달려왔다. 지난해 유지관리비용 21억5000만 원은 두산중공업이 11억 원, 부산시가 10억5000만 원을 부담했다.

그러나 올해 유지관리비 35억 원 중 시가 예산을 책정한 11억 원 외에 24억 원을 두고 정부와 부산시가 책임을 미루면서 두산중공업이 철수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시는 지난해 10월 기장군 산업단지와 원전지역 등에 선택적 급수를 먼저 하려 했지만 국토교통부와 소유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기를 놓쳤다. 국가 소유인 이 시설은 오는 2019년 말 시에 이관키로 협약이 돼 있지만 국토부가 법리 해석상 검토 입장을 밝히면서 통수가 연기됐다. 이와 관련,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소유·운영권이 있는 정부가 지금까지 유지관리비를 전혀 부담하지도 않고 선택적 통수도 막았다”며 “사업을 포기하려면 시가 투입한 425억 원도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도 완공 이후 즉시 통수를 미적거리다 주민설득에 실패해 반대 주민이 갈수록 늘어나고 환경·시민단체까지 가세하는 상황을 맞았다.

운영주체인 정부도 엄청난 예산을 들이고도 부산시에 비용을 포함해 모든 운영을 맡기는 방관적 자세를 취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적절한 운영을 위해 시간을 두고 법리 및 절차상의 검토를 해왔을 뿐 통수를 막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주변 바닷물 원수와 담수화 수돗물에 대해 미국국제위생재단(NSF) 등 국내외 전문기관의 수질검사를 통해 모든 항목에서 기준을 통과했는데도 일부 주민과 환경시민단체들이 “고리원전 인근에서 취수해 ‘삼중수소’ 등 일부 방사능 오염 우려로 불안해서 먹을 수 없다”고 반대한 것도 문제다.

이 시설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과 광주과학기술원, 부산시, 두산중공업 등이 국비 823억 원, 시비 425억 원, 민자 등 1954억 원을 들여 5년간의 공사 끝에 기장군 대변항에 건립했다. 시민 정모(52) 씨는 “무책임한 사업과 중단으로 엄청난 혈세 낭비 위기에 처했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비판했다.

부산 = 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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