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4월16일까지
‘우키요에’란 일본 에도 시대 말부터 메이지 시대에 유행했던 풍속화를 말한다. 우키요에의 ‘우키요’는 덧없는 세상, 속세를 의미한다. 동물을 주인공 삼은 유쾌한 소재부터 무섭고 강렬한 주제와 에로티시즘, 귀신과 요괴의 모습 등까지 선을 이용한 섬세한 묘사로 표현돼 관람객들을 그림 속 현장으로 생생하게 이끌어들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우키요에의 화려하고 원색적인 색채와 단순한 구성, 뚜렷한 윤곽선 등은 반 고흐를 비롯한 후기 인상주의 화파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고흐는 우키요에의 풍부한 색채감에 열광했고, 현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고흐미술관에는 고흐와 동생인 테오가 수집했던 우키요에 복사본 400여 점이 소장돼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4월 16일까지 ‘다리(橋)가 있는 풍경’이라는 주제로 상설전시관 3층 일본실에서 우키요에를 비롯한 일본 근현대 미술작품을 새롭게 선보인다. 전시품은 병풍 3점, 족자 2점, 판화(우키요에) 8점, 칠공예품(마키에) 1점으로 총 14점이다.
우키요에의 경우 에도시대(1603∼1868) 도쿄와 교토를 잇는 도로였던 도카이도(東海道)의 풍경을 묘사한 작품 8점이 전시된다. 도카이도가 지나는 지역은 대부분 바다에 면해 있어 크고 작은 강의 하구나 하류를 가로질러 가는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다리를 건너는 도강(渡江)이 일상적인 삶의 풍경이었다. 바다와 강이 많은 자연환경 아래 다리와 함께 삶을 영위했던 에도 시대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엿볼 수 있다.
모모야마 시대(1573∼1603)에 그려진 것으로 보이는 ‘유교수차도병풍(柳橋水車圖屛風)’도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금박으로 꾸민 12폭 대화면에 그려진 다리와 그 주변의 수차(水車), 버드나무 등의 묘사가 특징적이다. 교토 근처 우지(宇治) 지방에 있는 다리인 우지바시(宇治橋)를 묘사했다. 우지바시는 일본 고대 노래에 많이 등장하는 명소다.
이 밖에 선종(禪宗)의 깨달음을 주제로 한 근대 회화 작품인 ‘넷이 졸다’(四睡圖)와 ‘목동’도 선보인다. 선종은 오랜 기간 일본의 지배계층이었던 무사 계급이 선호했던 종교로서 관련 주제의 회화가 다수 제작됐으며, 이번에 선보이는 두 작품도 그러한 전통의 흐름 속에 위치한다. 상설전시관 일본실은 연중 무료 관람할 수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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