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억대 다단계 연루 40代
3∼4곳 사업장 추가로 발견


국가산업단지인 인천 남동공단에서 기계 설비 등 제조공장을 운영하는 지모(48) 씨는 지난해 5월 공장의 일부를 빌려주는 임대계약을 맺었다가 큰 낭패를 겪었다. 컴퓨터 관련 제조업을 하는 줄 알았던 임차 업체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채굴기라 불리는 컴퓨터 장치를 통해 생산하는 업체였다.

특히 이 회사의 대표 양모(40) 씨는 가상화폐 채굴 관련 대규모 투자 사기의 공범으로, 별도 회사를 차려 지 씨의 공장 등 3곳에서 비슷한 행각을 벌이다 추가로 적발됐다. 가상화폐 채굴업체 A사는 지 씨의 공장에 1000여 대의 가상화폐 채굴기를 설치해 채굴장을 열었다. 전기료가 한 달에 많게는 수천만 원씩 나와 지 씨가 불안해하던 차에 더 큰 문제가 터졌다. A사의 채굴기에 투자했다는 투자자들이 공장으로 몰려와 소란을 피웠다. 지난해 12월 29일에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입주 신고를 하지 않은 가상화폐 업체가 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9일 서울 강남경찰서와 서울중앙지검 등에 따르면, 가상화폐 채굴업체 M사의 전산 담당자 출신인 양 씨는 지난해 초 독립해 A사를 차린 뒤 남동공단 등 3∼4곳에 사업장을 열고 채굴기 3200여 대를 설치·운영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양 씨는 투자자들에게 애초 약속한 수익금을 주지 않는 등 시가 50억 원 상당의 채굴기 소유권과 투자금 등을 둘러싼 사기·횡령 등 혐의로 고소당했다. 양 씨는 M사 근무 시절에도 채굴기 관련 2700억 원대 투자 사기에 연루됐던 인물이다. 양 씨는 M사 대표 등과 함께 가상화폐 채굴사업에 투자하면 수익을 만들어준다고 속여 54개국 1만8000여 명으로부터 2700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양 씨는 M사 관계자 7명, 다단계식 상위 투자자 11명 등과 함께 사기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달 15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양 씨가 M사에서 가상화폐가 채굴되고 있는 것처럼 전산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검찰은 특히 A사에서도 M사와 비슷한 방식의 다단계 투자자 모집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 중이다. 양 씨는 구속 상태지만, A사는 지금도 회사 이름과 본사 사무실 위치를 바꿔 계속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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