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비핵화 논의 거부’ 주목
쌍중단논의 전개 가능성 막아
“고립 끝낼 지 볼것” 신중 반응

합의한 군사당국 회담 의제서
비핵화 안다루면 제동 나설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9일 남북 고위급 회담 결과에 대해 환영 입장을 표하면서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CVID) 원칙을 강조하고 나섰다. 향후 군사당국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 논의가 제외되거나, 북한 핵 동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지하는 ‘쌍중단’ 논의가 전개되는 시나리오에 사실상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워싱턴 조야에서는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논의를 거부한 점을 주목하면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한·미의 긴밀한 공조를 언급하면서도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최대의 압박’ 작전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나워트 대변인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CVID 원칙을 강조했다. 이는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우리의 제1 우선순위”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으로, 북한과의 대화 목표는 비핵화여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또 이는 문재인 정부의 남북대화 추진에 일단 동의하지만, 비핵화를 견인하지 못하는 남북대화에는 언제든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 같은 기조는 샌더스 대변인이 이날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는 북한 정권이 비핵화를 통해 국제적 고립을 끝낼 수 있는지를 지켜볼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다소 신중한 반응을 내놓은 데에서도 확인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보여준 북한의 의도를 놓고 적지 않은 의구심이 표출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은 “북한이 회담에서 핵무기가 남한이 아니라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핵 문제 논의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일부 언론은 북한이 갑작스러운 ‘매력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가 올림픽 정신에 따라 추진된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토퍼 그린 국제위기그룹(ICG)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남북회담 결과와 관련해 “한·미 동맹을 이간질하려는 북한의 장기 전략이 이제 막 개시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남북이 이번에 합의한 군사당국회담에서 어떤 의제를 논의할지가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도 비핵화 문제가 논의되지 않는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남북대화에 제동을 걸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이날 문화일보와 만나 “올림픽이 끝나는 2월 말까지가 앞으로 중요한 시기로, 문 대통령이 북한 대표단의 고위 인사와 만나 어떤 문제를 논의할지가 중요하다”면서 “이를 토대로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에 다소 비판적인 트럼프 행정부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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