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 연구원들이 다양한 기자재를 이용해 시료를 검사하고 있다. 도핑컨트롤센터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24시간 운영되며 샘플 4000개 이상을 검사하게 된다. 도핑컨트롤센터의 기술력은 전 세계 톱5 안에 들 만큼 뛰어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 연구원들이 다양한 기자재를 이용해 시료를 검사하고 있다. 도핑컨트롤센터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24시간 운영되며 샘플 4000개 이상을 검사하게 된다. 도핑컨트롤센터의 기술력은 전 세계 톱5 안에 들 만큼 뛰어나다.
- ‘클린 올림픽’ 준비하는 KIST 도핑컨트롤센터

고성능 질량분석기 추가 구비
실험실정보자동화시스템 구축
도핑 기술력 세계 최고 수준
연구소 모든 통로 CCTV 설치

3교대 24시간 근무 체제 운영
현장 인력 1000명 투입 ‘최대’
대회 기간 4000여개 샘플 검사
WADA 추천 검사관 45명 참여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다시 ‘깨끗한’ 올림픽으로 복귀하느냐가 달린 중요한 대회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개최국 러시아는 국가 차원의 금지약물 복용 및 도핑테스트 결과 은폐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러시아 선수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금지하고 개인 자격 출전만 허용하면서 금지 약물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다시 한 번 천명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약물로 얼룩진 올림픽의 명예를 회복해야 하는 무대로, 개최국인 한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 성북구에 자리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는 ‘도핑과의 전쟁’에서 핵심적인 기관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선수들에게 채취한 시료는 이곳에서 분석된다. 출전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금지된 약물을 복용했는지를 가리는 국내 기관은 이곳뿐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을 30일 앞둔 도핑컨트롤센터는 평창동계올림픽 준비에 여념이 없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진행한 마지막 실사 결과가 다음 주 초 나오면 도핑컨트롤센터는 평창동계올림픽 검사기관으로 확정된다.

WADA가 공인한 도핑센터는 25개국 28곳에 불과하다. 2015년에는 32개국 35개 센터가 공인을 받았지만, 러시아 도핑 사태 이후 인증 절차가 강화됐다. 공인센터 자격을 유지하려면 1년에 3차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1년 중 5번 ‘스파이 시료’의 분석 능력을 확인하는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WADA가 의도적으로 보낸 ‘스파이 시료’를 걸러내지 못하면 공인 자격을 잃는다. 프랑스도핑센터는 지난해 10월 인증에서 탈락해 기능이 정지됐다. 지난해 카자흐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증이 취소됐고, 프랑스를 포함해 콜롬비아, 프랑스, 루마니아가 인증에서 탈락했다.

한국도핑컨트롤센터가 만약 WADA의 인증을 받지 못한다면 시료는 일본으로 옮겨져 검사를 받게 된다. 2014 브라질월드컵 당시 리우데자네이루반도핑센터가 WADA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스위스 로잔의 연구소가 검사를 대행한 사례가 있다. 2016 리우올림픽을 앞두고도 리우반도핑센터는 일시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한국도핑컨트롤센터의 인증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기술력이 세계 최고수준이기 때문이다. 권오승 도핑컨트롤센터장은 “지난해 초에 2018년도 공인은 이미 받았고, 시료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에서도 10개를 다 정확히 맞혔다”면서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체내에 원래 존재하는 단백질과 유사하거나 성분이 같은 ‘바이오시밀러(단백질 의약품)’를 잡아내는 기술이 중요해졌다.

권 센터장은 “인슐린 등 단백질 약물에 대한 검사 난도가 가장 높은데, 만족스러운 결과를 WADA에 제출한 기관은 세계에서 5개뿐이었다”며 “여기에는 우리 기관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도핑컨트롤센터는 도핑검사 주력장비인 고성능 질량분석기를 추가로 구비하고, 실험실정보자동화시스템(LIMS)을 구축했다. 검사 시료가 건물 내로 들어오는 순간 바코드가 붙는다. 출발부터 분석 항목, 분석 결과, 분석자까지 모든 데이터가 자동 기록된다. 보안도 한층 강화됐다. 출입카드를 소지해야만 연구소 출입이 가능하고 지하 1층부터 6층까지 시료를 운반하는 모든 경로에는 CCTV가 설치돼 감시하고 있다.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발생한 조작의 주 무대가 도핑 실험실이었다. 러시아는 당시 반도핑연구소 벽에 구멍을 내 자국 선수들의 소변 샘플을 빼돌렸다. 약물을 복용한 선수가 낸 소변 샘플을 미리 준비했던 깨끗한 샘플과 바꿨다. 국가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요원이 이 과정에 참여했다. WADA의 보안 규정은 훨씬 빡빡해졌고, 올림픽 기간 내 WADA 직원이 도핑 분석 실험실에 상주한다. 권 센터장은 “소치동계올림픽 사례가 있다 보니 WADA의 실사가 더 까다로워졌다”며 “최근 실사는 인력, 보안 등 다른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말했다.

도핑컨트롤센터는 지난 1984년 설립된 후 1986 서울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서울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 2014 인천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뒷받침했다. 서울올림픽에선 남자육상 100m 우승자 벤 존슨(캐나다)의 금지약물 복용을 적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서울올림픽 당시 40여 개였던 금지약물은 현재 500개에 육박한다. 도핑컨트롤센터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검사해야 할 소변 및 혈액 샘플은 4000개 이상으로 예상된다. 도핑과 관련한 시비를 막기 위해 분석은 보통 24시간 이내, 최대 72시간 이내에 정확하게 끝내야 한다. 24시간 3교대 근무에 대비해 기존 25∼29명에 불과했던 인력도 인턴을 충원해 158명까지 늘렸다. 권 센터장은 “선수촌 공식 입촌이 시작되는 2월 1일부터 올림픽 체제로 전환된다”고 말했다.

약물 없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한 여정은 이미 시작됐다. IOC는 11월까지 사전테스트를 통해 62개국, 4000명 이상의 선수를 대상으로 약 7000건의 도핑 검사를 진행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전까지 모두 2만 차례의 도핑 검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선 역대 최대 규모인 약 1000명의 현장 인력이 동원돼 시료를 채취한다. 400명의 전문협력요원과 약 600명의 자원봉사자가 현장에서 활동하는데, 전문협력요원은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소속된 검사관 중 언어능력이 뛰어나고 경험이 많은 도핑검사관을 선발해 투입한다. WADA의 추천을 받은 외국 도핑 검사관 45명도 참여한다. 경기 중 검사, 경기 직후 검사, 그리고 소변 검사와 혈액 검사 등을 실시한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도핑관리팀은 선수 이력, 검사 기록 등이 들어 있는 ‘선수생체여권’을 검사 대상을 찾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서민정 도핑관리팀장은 “무조건 검사를 많이 하기보다는 정확한 타깃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차량으로 2시간 30분 떨어진 도핑컨트롤센터에서 시료를 분석한다. 경기장, 선수촌에서 채취한 시료는 수시로 수송 차량을 이용해 도핑컨트롤센터로 이동하게 된다. 수송 차량에는 보안 요원이 탑승해 시료가 안전하게 운반될 수 있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서 팀장은 “운송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며 “소치동계올림픽을 반면교사 삼아 시료 채취와 운송, 분석 과정 모두에서 보안에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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