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 출신 소설가 김동식
식인 건물·좀비·디지털 고려장
특이한 소재에 묵직한 반전도
“댓글로 독자와 교감하며 성장”
- 소설집 기획한 작가 김민섭
“현실에 대한 무거운 질문 던져
이런 것이 진짜 소설이라 생각”
평생 읽은 책은 10여 권이 전부. 소설 쓰기를 배우기는커녕 글 한번 제대로 써 본 적 없는 한 젊은 작가의 소설집이 새해부터 화제다.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2006년부터 2016년까지 꼬박 10년간 서울 성수동 액세서리 공장 노동자로 일해온 김동식(33) 씨. 그가 지난해 말에 낸 짧은 소설집 ‘회색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요다)가 출간 일주일 만에 3쇄에 들어갔다. 인터넷 ‘오늘의 유머’ 사이트 공포 게시판에 게재됐던 그의 원고지 30장 안팎의 짧은 소설들이 책으로 나와 공식적인 빛을 보게 된 것은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와 ‘대리사회’의 저자인 김민섭(35) 작가의 밝은 눈 덕분이었다.
“자기 전에 무서운 이야기를 읽는 버릇이 있는데, 2016년 5월 즈음 오늘의 유머 공포 게시판에 들어가 글을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아이디가 ‘복날은 간다’였는데 그다음에 또 재미있는 글을 읽어 확인했더니 같은 사람이었다. 10편쯤 읽었을 때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50편쯤 됐을 때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300편쯤 쌓였을 땐, 출간을 원한다면 도와주고 싶었다.”
국문학 전공자인 김민섭 작가는 숱하게 많은 현대 한국 작품을 봤지만 누구나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인간, 노동, 현실 사회에 대해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이런 것이 진짜 소설이라고 생각했단다. 이에 김민섭 작가는 자신이 한 잡지에 연재하는 ‘김민섭이 만난 젊은 저술가’ 코너에 그를 인터뷰하면서 책 출간 의향을 물었다. 김동식 작가에게서 돌아온 답은 “출판하는 데 돈이 드느냐, 나는 출판할 돈이 없다.” 이에 김민섭 작가는 기획자로 나섰고, 작품을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에게 소개했다. 한 소장도 의기투합해 검증도 안 된 신인 작가의 작품을 3권 내놓는 모험을 벌이게 됐다.
2016년 5월 즈음부터 지금까지 쓴 300여 편 중 66편을 추려 ‘회색 인간’은 디스토피아적인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는 외계인, 요괴, 악마가 나오는 우화 소설, ‘13일의 김남우’는 현실 세계의 스릴러 이야기로 나눠 묶었다. 그의 작품은 원고지 30장 안팎의 짧은 이야기로 지저(地底) 인간, 식인 건물, 좀비, 디지털 고려장 등 흥미로운 소재들로 가볍고 부담 없이 읽히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을 준비하며 인간과 문명, 노동, 예술 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김동식 작가는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글을 올렸는데, 댓글이 다음 글을 보고 싶다고 해서 쓰기 시작했다”며 “소재는 주로 TV, 인터넷에서 얻고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까 계속 머릿속으로 생각하다가 쓸 만하다 싶으면 쓰기 시작한다”고 했다. 휴대전화 메모장으로 글을 쓴다는 그는 자신의 글쓰기 선생이라면 댓글이라고 했다. 댓글로 맞춤법도 고치고, 소재나 이야기 흐름에 대한 조언도 받고,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어 댓글이 많이 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썼다고 했다. 실제로 그의 글은 놀라운 속도로 점점 좋아졌다는 것이 김민섭 작가의 전언이다. 지금은 잠시 일을 쉬고 있지만 공장에서 매일 똑같은 단순 노동을 하면서 그때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갔다고 했다. 김민섭 작가는 “노동을 하며 만들어낸 이야기여서 노동에 대한 뜨거운 감각들이 녹아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자신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간강사의 고충을 토로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글이 화제가 돼 세상에 나온 김민섭 작가는 기획자와 작가라는 관계를 넘어 ‘제도권 밖 작가’로 연대하며 김동식 작가와 계속 작업을 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동식 작가의 긴 글이 참 좋다며 그의 장편을 기대했다. 이에 김동식 작가는 “출판사에 폐만 안 끼쳤으면 좋겠다”며 그저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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