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만이 내 세상’17일 개봉
“우리 아이에게는 장애가 있어요.”
영화 ‘말아톤’(2005년)에서 자폐를 앓고 있는 초원(조승우)은 여성의 치마에 그려진 얼룩무늬를 만지려다 오해를 사 폭행을 당한다. 뒤늦게 이를 발견하고 말리던 엄마와 화를 내는 행인 사이에서 초원은 이렇게 외쳤다. 언젠가 엄마가 난감한 상황을 모면하려 했던 말을 기억하던 초원의 외침에 주위는 숙연해진다.
서번트증후군을 앓는 진태(박정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17일 개봉을 앞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은 당시의 감동을 재현할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장애를 가진 이들을 그린 영화는 대중이 미처 알지 못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며 감동을 안긴다.
할리우드 영화 ‘레인맨’(1988년)이 그들과 세상의 소통을 다룬 영화의 시작이라 할 만하다. 더스틴 호프먼은 자폐증이 있는 주인공 레이먼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숫자를 몽땅 외우는 비상한 능력으로 카드게임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서번트 증후군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그 바통은 연기파 배우 숀 펜이 지적 장애로 7세 지능 밖에 갖지 못한 아빠 샘을 연기한 ‘아이 엠 샘’(2001년)이 이어받았다. 양육 능력이 없어 딸과 생이별을 하게 될 위기에 놓인 샘의 본능적인 부성애는 그 어떤 똑똑하고 유능한 아빠의 머리보다 강하고 뜨겁다고 웅변한다.
묻는 말에 “네~”만 반복하며 스마트폰 게임에 몰두하지만 천재적 피아노 연주 솜씨를 가진 진태의 이야기를 다룬 ‘그것만이 내 세상’은 ‘레인맨’·‘말아톤’ 등과 한뿌리 영화다. 영화 ‘동주’로 각종 영화제 신인남우상을 휩쓸었던 박정민이 빚은 진태는 기존 영화들의 기시감을 없애며 ‘배우보는 맛’을 선사한다.
이런 영화에는 장애를 가진 이들이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배치된다. ‘레인맨’에서 찰리(톰 크루즈)는 유산을 독차지하기 위해 형의 보호자로 나서지만 결국 형을 사랑으로 보듬는다. ‘아이 엠 샘’에서는 지능이 모자란 아빠를 지키려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딸 루시(다코타 패닝)가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그리고 ‘말아톤’의 초원이 곁에는 42.195Km가 아니라 세상 끝까지 함께 달려줄 든든한 엄마(김미숙)가 있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의 진태는 곁에는 자신을 극진히 보살피는 엄마(윤여정)와 17년 만에 나타난 배다른 형 조하(이병헌)가 있다. 매일 같이 난관에 부딪히지만 이를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가족들의 ‘피의 연대’는 결코 지나침이 없다.
‘레인맨’에서 레이먼드는 이렇게 말한다. “One for bad, two for good.”(하나는 나쁘고 둘은 좋아) 이에 찰리는 응답한다. “We are two for good.”(우리는 둘이야)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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