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냉이 잎이 이채로운 냉이떡국. 냉이 특유의 쌉쌀하면서 향긋한 맛이 어우러져 고기 육수로 끓여낸 떡국과 달리 담백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풍미를 맛보게 해준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푸른 냉이 잎이 이채로운 냉이떡국. 냉이 특유의 쌉쌀하면서 향긋한 맛이 어우러져 고기 육수로 끓여낸 떡국과 달리 담백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풍미를 맛보게 해준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하얀 가래떡은 무병장수 의미
사찰선 채소 우려내 새해 떡국
굴·전복·매생이 국물도 ‘일품’

말린 표고버섯·다시마로 국물
무자극·담백·깔끔‘좋은 음식’

겨울 냉이, 단백질·비타민 풍부
살짝 데쳐 무치면 맛·영양 으뜸


무술년 황금개띠의 해를 맞아 새로운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가까운 관악산 산행을 다녀왔다. 산에 오르는 중간중간 매서운 추위 속에서 냉이가 불쑥 올라온 게 보였다.

어릴 적 할머니께서 겨울에 나는 냉이는 봄에 나는 냉이보다 향과 맛이 더 좋다고 말씀하신 기억이 났다. 조금 캐서 집으로 가져와 떡국떡으로 냉이떡국을 끓여 먹었는데, 깔끔하고 담백한 국물에 어우러진 냉이향이 참으로 그윽했다.

냉이떡국을 먹은 아이들은 이제 한 살씩 더 먹었다고 좋아한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이제는 다소 무섭게 느껴지는 아내와 나와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나날이 아이들이 성장해 가는 것을 지켜보며 함께 등산도 하고 직접 캐어 온 냉이로 떡국도 끓여 먹는 행복한 일상도 세월 속에서 누릴 수 있는 것. 그리하여 자연의 섭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것이 어쩌면 더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그런데 새해엔 왜 떡국을 먹는 걸까. 누구나 한 번쯤 궁금증을 가진 적이 있을 터인데, 이유는 단순하다. 예로부터 하얀 가래떡은 무병장수와 순수를 상징해 왔다. 새해를 맞아 그만큼 건강하고 좋은 해가 되기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떡국을 끓여 먹는 것이다.

떡국은 보통 소고기나 사골 국물에 끓이는 것으로 알지만, 지역마다 사용하는 재료가 다양하고 다르다. 예전에는 꿩고기를 이용해 떡국을 끓여 먹는 것을 최고로 쳐줬다.

고향 남해에서는 떡국에 싱싱한 굴을 넣고 끓여서 먹는데, 해안가에서는 대구, 전복, 매생이, 물메기 등도 넣는다. 사찰식으로 만들어 내는 특별한 떡국도 있다. 육식을 금하는 절에서는 소고기 대신 채소 우린 물로 떡국을 만든다.

이와 관련하여 사찰 음식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기본적으로 우유를 제외한 일체의 동물성 식품과 다섯 가지 매운맛을 내는 향신 채소인 ‘오신채(五辛菜: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를 사용하지 않고, 주로 제철에 나는 식재료를 사용한다.

오신채의 강한 향이 재료 본연의 맛을 가리고 자극적인 맛으로 위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특유의 ‘뻗치는 힘’ 때문에 인간으로 하여금 정서적 동요를 일으키게 하기 때문이다.

사찰음식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수행의 하나로 생각하는 ‘발우공양(鉢盂供養)’의 정신이 담겨 있는데,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과 ‘우주 만물은 음양과 오행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원리를 기초로 한다.

새해를 맞아 사찰 음식의 깊은 철학이 담긴 색다른 떡국에 도전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냉이떡국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냉이떡국은 말린 표고버섯과 다시마를 진하게 우려 만든 국물에 냉이의 맛과 향을 더한 독특한 떡국이다. 냉이 고유의 깊고 그윽한 향은 고기나 해물 육수와는 보다 다른 차원의 만족감을 준다.

주 식재료인 냉이는 쌉쌀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일품인 대표적인 봄나물이지만, 겨울철에 맛보는 냉이는 그래서 더욱 별미다.

겨울 냉이는 잎사귀가 푸른 빛보다는 붉은빛의 잎이 많지만 살짝 데친 후 무침이나 국으로 먹으면 맛과 영양이 으뜸이다. 냉이는 채소 중에서 단백질 함량이 가장 높고 비타민 A와 C, 칼슘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겨울철 혹한 날씨도 이겨내어 뿌리에 비타민 등 영양소들도 많다.

특히 오늘 소개하는 냉이떡국은 버섯과 다양한 채소들로 육수를 내어 그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되 자극적이지 않은 ‘좋은 음식’이다. 향긋한 냉이와 버섯 향이 조화를 이루어 고급스럽고 다소 경건한 느낌마저 준다. 몸과 마음, 정신을 건강하고 맑게 성장시켜주는 자연식 ‘냉이떡국’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복된 한 해를 시작해보자.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재료(2인분 기준)

떡국떡 3컵(300g), 냉이 80g(4줌), 당근 1/10개(20g), 국 간장 2큰술, 구운 소금 1/2작은술, 참기름 약간, 다시마 육수(다시마 5×5㎝ 2장, 물 7컵, 건 표고버섯 3개)



만드는 법

1.건 표고버섯과 다시마를 이용해 육수를 만든다. 물이 끓어오르면 다시마를 건져내고 약한 불에서 10분간 끓여준다.

2.냉이는 뿌리와 잎 사이 거뭇한 부분을 긁어 여러 번 깨끗하게 씻어 손질해 둔다.

3.당근은 길이 6㎝, 폭 0.5㎝ 두께로 채 썰고, 육수에서 건져낸 표고버섯은 곱게 채를 썰어 참기름에 볶는다.

4.볶은 표고버섯을 육수를 넣고 끓어 오르면 떡을 넣고 끓이다가, 냉이와 당근채 고명을 함께 넣고 2분간 끓여준다. 국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해준다.

5.끓인 떡국을 그릇에 담아준다.



조리 Tip

1.냉이를 미리 넣거나 오래 끓이면 색깔이 검게 변해 보기 좋지 않고 물컹거려 식감도 좋지 않으니 2분 정도만 조리하는 것이 좋다.

2.냉이는 잎 색깔이 짙고 잔뿌리가 많으며 잎과 줄기는 작고 향이 진한 것이 좋으니 확인하고 구입한다.

3.조리하고 남은 냉이를 오래 보관할 때에는 데친 후 물기를 짜지 않고 비닐 팩에 넣고 냉동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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