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정(望遠亭) 찾아가는 길은 미로 같았다. 내비게이션에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8안길 23 망원정’을 찍고 차를 몰아가는데 단층짜리 집이 다닥다닥 붙은 협소한 도로로 차량을 안내한다. ‘과연 여기 있긴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막 들 무렵쯤 마을이 한강(강변북로)과 만나는 언덕에 고색창연한 정자 누각이 모습을 드러낸다.

망원정은 조선 세종 6년(1424)에 세종의 형인 효령대군의 별장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세종 7년(1425) 가뭄이 계속되자 농민의 삶을 걱정한 세종이 농사 형편을 살피기 위해 서울 서쪽의 넓은 들을 살피고, 효령대군이 살고 있는 이곳에 들렀다. 그런데 때마침 단비가 내려 온 들판을 촉촉하게 적시므로 왕이 기뻐하며 정자의 이름을 ‘기쁜 비를 만난 정자다’라는 의미의 희우정(喜雨亭)이라 했다.

그 이후 성종 15년(1484) 성종의 형 월산대군이 정자를 크게 고치고 아름다운 산과 강을 잇는 경치를 멀리 바라본다는 뜻으로 이름도 망원정(望遠亭)으로 바꾸었다. 그 때문인지 정자는 2층 누각으로 돼 있는데 정자 안 처마 밑에는 ‘희우정’ 현판이 걸려 있고 강변북로 방향인 바깥쪽 처마 아래에는 ‘망원정’ 현판이 걸려 있다. 누각의 형태는 팔작 기와집의 정자와 동쪽에 단층의 맞배지붕 형식의 솟을삼문이 있다.

입구로부터 이어진 돌계단을 따라 정자 앞에 서면 ‘신발을 벗고 오르라’는 안내판이 있다. 정자에 오르자 과연 한강의 시원한 전경이 눈앞에 아스라이 펼쳐진다. 흠이라면 강변을 따라 만들어진 강변북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이 내뿜는 소음과 매연이다.

원래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동명이 유래된 망원정은 1925년 서울지역 대홍수와 한강개발사업으로 자취를 감췄다가 망원정 터가 서울시 기념물 제9호로 지정되고, 1989년 정자가 복원됐다.

예로부터 망원정에서 내려다보는 한강 경관이 뛰어났기 때문에 시인 묵객들이 많이 찾았다. 중국 사신들 역시 한양에서 가장 즐겨 찾던 곳이 한강이었는데 그들은 배를 타고 유람하다가 망원정에서 내려 술을 마시는 등 연회를 성대하게 열어 시문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신동국여지승람’에는 명나라 사신으로 왔던 동월이라는 사람이 망원정에서 놀고 시를 남겼다는 기록도 전한다.

망원정은 전망이 뛰어난 곳이지만 복원된 뒤에도 입구인 솟을삼문이 강변북로와 접해 있어 사실상 출입이 어려웠다. 또 합정동 주택가 안쪽에 있어 골목길을 어렵게 찾아가야 했다.

서울시는 지난 2014년 ‘망원초록길’ 조성사업을 통해 망원정에 대한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망원초록길 조성사업은 마포구 망원동, 합정동에서 한강으로 가는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강변북로 일부를 지하화하고 지상부에 녹색의 보행공간을 만든 것이다. 망원정 누각에서 돌계단을 따라 강변북로 쪽으로 내려가면 양방향으로 공원에 연결되는 보행로를 만날 수 있다.

글·사진 =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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