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찬 세종대 환경에너지융합학과 교수

“지금은 산불과 맞서 싸울 수 없으며, 재빨리 대피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 상황이다. 3개월 사이에 초대형 산불이 2건이나 발생해 주(州)정부뿐 아니라, 미국의 국가적 산불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10월에만 40여 명이 숨지고 8900여 채의 주택이 불탔다. 산불로 서울보다 더 넓은 면적이 불타고, 21만여 명이 삶의 터전을 떠났다. 상상을 초월한다. 캘리포니아는 여름엔 건조하고, 겨울엔 비가 많이 내리는 기후 특성상 대형 산불이 여름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3월 이후 계속된 가뭄으로 우기임에도 대기가 건조했고, 건초 더미로 변한 산림이 샌타애나 강풍을 만나 이례적인 겨울 대형 산불로 이어졌다. 이상기후가 이번 산불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태평양 건너 산불이라고 해서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5월 강릉·삼척의 대형 산불로 주택 36채와 1017㏊의 산림이 불탔다. 지난 연말 기준 692건으로, 과거 10년 평균의 2배에 가깝다. 이는 특별재난이 선포됐던 2000년 이후 3위 안에 든 기록이다. 겨울과 여름철에도 산불이 빈발해 봄(2.1∼5.15)과 가을(11.1∼12.15)로 지정된 ‘산불 조심 기간’이 무색한 상황이다.

산불은 산림자원을 훼손할 뿐 아니라, 최근 심각한 미세먼지 오염에도 한몫한다. 미국의 경우 산불이 초미세먼지 배출의 14%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도 산불을 포함한 생물성 연소에 의한 배출이 초미세먼지 배출량의 5%를 차지한다. 산불은 입산자 실화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약 30%가 논·밭두렁과 농업 부산물 소각으로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재해가 더 이상 시나리오상의 경고가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가뭄·기후·홍수 등 자연재해 분야의 최고 기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산불 발생 예측의 근거인 과거 통계와 자료가 힘을 잃은 지 오래다.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전략적인 산불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정부는 모든 재난과 마찬가지로 산불을 예방하고, 대응 역량을 높여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고, 피해를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한 정답은 조기 발견과 신속한 대응이다.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가 산불위험 예보 시스템’과 ‘산불 상황 관제 시스템’은 각각 예방과 대응의 중요한 축을 맡고 있다. 이를 통해, 산불감시원의 효과적인 배치와 빠른 신고가 가능해졌다. 정확한 산불 위치 파악은 진화 차량·헬기의 골든타임 사수에 많은 도움이 된다. 산림 헬기에서 촬영한 영상은 실시간으로 여러 기관에 전송, 공유돼 대책 마련, 상황 알림 등 중요한 정보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강풍과 전국 동시 산불, 야간 산불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야간에도 진화가 가능한 대형 헬기를 추가로 확보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기상, 사회·인문학적 활동 특성 등 빅데이터 분석체계를 이용하면 산불 발생 위험을 더 빨리,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드론과 헬기 영상을 활용한 발화지, 화선(火線), 잔불 정보 취득 체계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인공지능(AI)은 예상되는 피해를 분석해 진화 우선순위를 결정하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진화 자원(차량·헬기·진화대원)을 효율적·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극한 기상이 일상이 된 오늘날, 과거의 대응 방식과 사고체계는 더 이상 예측 불허의 대형 산불에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혁신적인 산불 방지 체계를 구축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 재산을 지키는 ‘안심 사회’를 구현하는 일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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