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10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文대통령 일문일답

日과 조건 주고 받기식은 안돼
진실·정의 입각 해결 요구할것

UAE 군사협정 흠결 보완·수정
前정부 비공개합의했다면 존중

최저임금 인상 혼란 있겠지만
靑서 직접점검 후폭풍 줄일것

남북대화 성사 트럼프 功이 커
전폭적인 지지 보내준 데 감사

남북정상회담은 여건 조성돼야
회담 위한 회담 목표될 수 없어

대화 통해 北 비핵화 이뤄지면
개성공단·금강산관광재개 검토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와 외교·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각 분야 현안에 대한 국정운영 구상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광범위한 분야의 신년사 내용을 실현하려면 야당과의 관계가 중요한데, 야당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영수회담을 열 생각이 있는가.

“지금 여소야대 국면이기 때문에 개혁을 위해서는 협치를 통해 야당과 소통하고 협력을 받아내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 새해에도 진정성을 갖고 여러 소통을 하고 대화하면서 야당과 협치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남북대화와 관련해 ‘과거처럼 유약하게 대화만 추구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북한 핵 문제 해결도 이뤄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따로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고, 관계가 개선되면 북핵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북한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 압박을 가해왔다. 그 목표는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지금은 첫 시작이다. 오로지 ‘대화만이 해법이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 북한에 성의를 다해 대화해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핵 문제 해결로 나아가겠지만 만약 북한이 다시 도발한다든지 북핵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국제사회는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할 것이다. 우리 정부 역시 두 가지 모두 구사하는 대북정책을 펼치지 않을 수 없다. 저는 정상회담을 비롯해 어떤 만남도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회담을 위한 회담’이 목표일 수는 없다. 정상회담을 하려면 정상회담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하고, 어느 정도의 성과가 담보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여건이 갖춰지고 전망이 선다면 언제든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위안부 할머니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정부 대책이 나오지 않은 것 같은데 대통령은 만족하는가.

“상대가 있고, 외교적인 일이고, 양국 간 공식적 합의를 했던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 못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최선인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왜 파기하고 재협상하지 않느냐’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저는 기본적으로 위안부 문제는 진실과 정의의 문제에 의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할머니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 나갈 때 할머니들도 일본을 용서할 것이고, 그것이 완전한 위안부 문제의 해결이 될 것이다. 조건과 조건을 주고받는 형식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지난 정부가 피해자를 배제한 채로 한 게 잘못된 방식이었다. 그러나 기존 합의를 파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 특사가 다녀갔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협정이 어떻게 국민들 모르게 체결됐나. 이번 만남에서 이에 대한 수정이 이뤄졌나.

“UAE와 우리나라 간에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군사협력에 관한 여러 건의 협정과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그러나 그 가운데 공개된 것은 노무현 정부 때 체결됐던 군사협정뿐이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있었던 여러 건의 협정이나 MOU들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UAE 측에서 공개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라는 게 비공개 이유였다. 기본적으로 저는 외교 관계도 최대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전 정부에서 양국 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 그 점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개되지 않은 협정이나 MOU 내용 속에 좀 흠결이 있다면, 그런 부분들은 시간을 두고 UAE 측과 수정하고 보완하는 방법을 협의해 적절한 시기에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후폭풍이 상당하다.

“올해 상당히 높은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졌기 때문에 혼란과 걱정이 있을 수 있다. 여러 한계기업, 특히 아파트 경비원과 청소원 등 취약계층 고용이 위협받을 소지가 있다고 본다. 그런 문제는 청와대부터 직접 점검해 가면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한국은 대북 관용 정책을 추구하는데 미국은 최대 압박과 제재를 가하고 있다. 어느 단계에서는 이 두 개 정책이 부딪히지 않을까 싶은데 그 시기가 오면 어떻게 해결한 것인가.

“우리가 현실적으로 갖고 있는 고민이다. 미국과 한국은 아주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고 지금까지 대북정책,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는 전혀 이견이 없이, 빈틈없이 협력해왔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아주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가하고 있고,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의 길로 나와서 국제사회와 공조하는 길을 찾도록 하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제재와 압박이 높아지다 보면, 지나치게 긴장이 고조돼서 우발적인 충돌이 있을 수도 있다. 이런 긴장을 어떻게 적절하게 관리해 나가고 또 우발적인 충돌을 막으면서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낼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우리가 사려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본다. 다행히 그렇게 긴장이 높아지고 우발적인 충돌이 있기 전에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왔다. 일단 북한이 나온 대화의 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의 장,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만드는 게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 고위급 회담이 성사된 데는 나의 공이 있다. 압박·제재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고 말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공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나. 또 한국의 대북 독자 제재 연기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남북대화 성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감사를 표하고 싶다. 지금 북한과의 대화가 시작되긴 했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므로, 한국은 국제사회와 제재에 대해 보조를 맞춰나갈 것이다. 한국이 국제적인 대북제재와 별개로 독자 제재를 완화할 생각은 지금 갖고 있지 않다.”

―최근 대통령이나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면 격한 댓글이 달린다. 지지자들에게 전할 말이 있나.

“언론인들은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을 많이 받을 거다. 지금처럼 활발하게 댓글을 받는 상황이 익숙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하는 사람들은 정치하는 기간 내내 제도 언론의 비판뿐 아니라 인터넷 또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많은 공격이나 비판을 받는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나보다 많이 악플(악성 댓글)당한 정치인은 없을 거라고 본다. 생각이 같든 다르든, 유권자인 국민의 의사 표시라고 받아들인다. 기자들도 그런 부분에 대해선 좀 담담하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개성공단 재개나 금강산 관광 재개, 5·24 조치 해제 등을 올해 안에 적극적으로 추진할 건가.

“5·24 조치 중에서 경제적 교류 부분, 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국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제재,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제재의 틀 속에서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유엔 제재 범위 속에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독자적으로 그 부분을 해제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우리로선 할 수 있는 일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로 나서도록 유도해 내는 것이라고 본다. 이게 이뤄지면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그 속에서 검토하겠다.”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을 반환할 수는 없나.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에 대해서는 일본과 우리 할머니들과 시민단체들과 앞으로 조금 협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 돈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사용에 대해 일본과 위안부 할머니들과 시민단체들이 동의한다면 저는 그것도 하나의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장병철·이근평 기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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