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300자 선정해놓고 폐기
공식 발표없이 편집 지침 수정
조순 “문화 계승위해 병기 필요”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됐던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 정책이 사실상 폐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180도’로 정책 방향을 바꾼 교육부는 정책 변경에 대해 이렇다 할 대외 설명이나 논의 과정을 생략해 논쟁의 불씨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교육부는 10일 교과서 편집 지침인 ‘편수 자료’에 초등학생용 한자를 포함하지 않고 현행처럼 집필자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게시한 ‘교과용 도서 개발을 위한 편수 자료’ 수정판에는 한문 수업에 적합한 교육용 기초한자로 중·고교용 1800자만 소개됐을 뿐 초등학교 교과서용 한자 300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교육부가 2016년 말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를 공식 추진하겠다며 주요 한자 300자까지 선정해 발표했는데, 이를 사실상 폐기한 것이다.

남부호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이날 “집필자 판단에 따라 현행 교과서에도 한자를 병기할 수 있고 새 교과서도 마찬가지”라며 “다만, 이전 정부에서 선정한 300자를 교과서에 활용하도록 한 부분은 논란이 커 포함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비록 전 정부 정책이기는 하지만, 교육부가 초등교과서 300자 추진을 공개적으로 발표했고 찬반 논란도 큰 사안인 만큼 폐기할 경우 공식적으로 밝혀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평소 한자 병기를 주창해 왔던 조순 전 부총리는 “현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 정책이 폐기될 수 있다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 놀랍지는 않다”며 “그러나 문화는 포용력을 갖고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야 하고, 현재 한글 어휘가 매우 부족한 상황에서 다른 문화(한자)를 배타해서는 후손에게 훌륭한 문화를 물려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언어문화정상화추진회 상임이사인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도 “공식적으로 발표까지 한 정책인데, (초등 교과서용 한자 300자 도입 방침을) 폐기한다면 폐기한다고 얘기를 해야 했던 것 아닌가”라며 “한글을 사용하자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글이 한글과 한자로 구성된 상황에서 훌륭한 전통문화 계승과 발전을 위해서는 한자를 몰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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