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 단위로 시간 쪼개가며
엔비디아 등 IT 행사 참관
“미래를 먼저 대비하느냐가
죽느냐 사느냐 결정한다”
“이번 ‘소비자가전 전시회(CES)2018’에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보이지는 않지만 조금씩 기술이 진화, 발전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자동차, 전자보다 오히려 소프트웨어업체나 중국업체의 약진이 눈에 띄는 것 같습니다.”
정의선(사진)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행사로 꼽히는 CES 현장을 가장 많이 찾는 국내 기업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올해도 어김없이 9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린 CES 현장을 찾아 2015년 이후 4년 연속 개근 기록을 세웠다.
CES 현장에서 만난 정 부회장은 모터쇼보다 CES를 즐겨 찾는 데 대해 “재미있기 때문”이라며 “평소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관심이 많은데 CES를 둘러보면 로봇, 인공지능(AI) 등 신기한 것을 하는 회사가 많다”고 말했다.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정 부회장이 호기심만으로 CES를 찾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와 IT 기술 융합으로 표현되는 미래차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엔비디아 등 관련 업계 행사를 참관하고 IT, 전자 등 관련 업체 최고경영자(CEO), 전문가을 잇따라 만나 협력을 모색했다. 그는 “미래를 먼저 대비하느냐가 사느냐, 죽느냐를 결정한다”며 “IT 기업보다 더 IT스러운 기업이 돼야 하고 의사결정 속도, 방법 등에서 고쳐야 할 과제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R&D) 등 기업문화를 탈바꿈하는 것도 정 부회장이 고민하는 과제다. 그는 “유럽, 미국처럼 연구원들이 자유롭게 도전하고 성과가 안 나와도 용인되는 문화가 정착되면 더 나은 기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차는 중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 미국 판매 부진 등으로 최악의 위기를 겪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는 진짜 위기였는데 좋은 예방주사를 맞았다 생각한다”며 “제품, 디자인, 조직까지 뭐가 부족했는지 처음부터 다시 뜯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중국에서 90만 대(현대차 기준) 판매 목표인데 잘하면 100만 대도 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카셰어링(차량 공유), 카헤일링(차량 호출) 등 모빌리티 서비스에 앞다퉈 뛰어드는 데 대해 정 부회장은 “코어 비즈니스(자동차 생산)를 잘하면서 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정 부회장은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며 “일부는 뭔가 해야 한다는 이사회 압박에 떠밀려 뛰어드는데 잘 안되면 내부 손실이 크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 =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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