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에 ‘성적 자유…’ 글 투고
“성폭력과 환심 사려는 행동 달라”
美 할리우드 여배우들과 ‘대립각’
영화 ‘쉘부르의 우산’으로 유명한 배우 카트린 드뇌브 등 프랑스의 문화예술계 여성 인사들이 “남성들에게도 여성을 유혹할 자유가 있다”면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프랑스 여배우와 작가들은 진정한 페미니즘이 무엇인지를 놓고 도전적 질문을 던지면서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9일 드뇌브를 비롯한 여성 100명은 일간 르몽드에 ‘성적 자유에 필수불가결한 유혹의 자유를 변호한다’는 제목의 글을 투고하고 “최근의 움직임은 남성 혐오에서 비롯돼 마녀사냥에 이르렀다”며 “남성들에게 청교도주의적인 과도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폭력은 분명 범죄지만, 유혹이나 여자의 환심을 사려는 행동은 범죄가 아니다”면서 “최근 남성들에게 증오를 표출하는 일부 페미니스트들을 배격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성들이 권력을 남용해 직업적 관계에서 여성에게 성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당연하고 또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논의의 흐름은 남성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악마 같은 남성들의 지배 아래 여성들을 영구적인 희생자의 상태로 두고 선(善)의 이름으로 여성에 대한 보호와 여성 해방을 거론하는 것은 청교도주의적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여배우들은 미투 캠페인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드뇌브 등은 “남성들은 수십 년 전 과거의 죄와 부적절했던 행동들에 대해 뉘우치기를 요구받고 있다”면서 “고발자를 자처한 인물들은 사생활을 침입해 공개 자백을 강요하는데 이는 사회에 전체주의의 기운을 심어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여성의 무릎을 만지거나 키스를 하려 했다거나 일방적으로 친밀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유만으로 남성들이 직장에서 밀려나면서 희생자가 양산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우리는 성폭력과 적절하지 않은 유혹을 구분할 만큼 현명하다”며 “남성들에 대한 과도한 최근의 움직임은 오히려 여성을 보호받아야 하는 아이 같은 존재로 보는 빅토리아 시대의 사고”라고 강조했다. 또 “‘돼지들(porc·성적으로 방탕한 남성의 속칭)’을 도살장에 보내버리려는 열정은 여성들을 주체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실상에서는 이런 상황이 성적 자유를 억압하는 종교적 극단주의, 도덕적 반동주의자들의 이익을 강화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프랑스에선 해시태그를 이용해 미투 캠페인과 함께 ‘#balancetonporc’(돼지를 고발하라) 캠페인이 활발했다.
이날 투고에 서명한 이는 드뇌브를 비롯해 ‘카트린 M의 성생활’이라는 에세이집으로 유명한 미술평론가 카트린 미예, 성인영화 배우 출신의 배우 겸 라디오 진행자 브리지트 라하이, 유명 편집인 조엘 로스펠드, 배우 잉그리드 카벤, 작가 사라 치치, 희극배우 겸 작가 카트린 로브-그리예, 저널리스트인 페기 사스트레와 압누스 샬마니 등이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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