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가전(家電)박람회인 ‘CES 2018’이 9일부터 사흘 동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8)에는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약 4000여 기업이 참가했으며, 방문객도 19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처음으로 부스를 설치하는 구글을 포함해 ‘포춘 글로벌 100대 기업’ 가운데 70여 개가 참가할 정도로 전 세계 시선이 CES에 집중되고 있다.
1990년대까지는 TV·생활가전·비디오카세트레코더(VCR) 같은 가전제품 전시가 주를 이뤘던 CES는 2000년대에 들어 PC용 기술 박람회인 ‘컴덱스(COMDEX)’가 몰락하면서 대표적인 첨단 기술 경연장이 됐다.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컴퓨팅 기업들뿐만 아니라 모바일·콘텐츠·통신 및 서비스 기업들이 몰려들었고, 최근에는 자율주행 기술이 주목받으며 자동차 기업들이 줄지어 CES를 찾고 있다.
올해 CES의 주제는 ‘스마트시티의 미래’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최근 CES는 연결성(Connectivity)을 바탕으로 모바일과 인공지능(AI) 및 자율주행 기술 등을 접목하는 산업간 융합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정 내 다양한 가전제품과 AI를 연결하는 ‘스마트홈’이 CES의 주제였으므로 올해는 연결성의 개념이 가정에서 벗어나 도시로까지 확장된 셈이다.
스마트시티는 더욱 똑똑해지는 교통 시스템과 스마트 에너지, 공공안전, 헬스케어, 그리고 AI 등의 기술이 사적 공간을 벗어나 도시 전체를 이어 주는 개념이다. 스마트시티가 현실화하려면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 카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올해 자동차 관련 기업의 전시 공간이 지난해보다 23%나 늘어나 CES가 가전박람회가 아니라 모터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동차 기업들의 참여가 늘어난 것이 이런 현상을 대변해준다.
올해 CES에 참가하는 기업과 개인 수에서 압도적인 나라는 중국이다. 알리바바, 레노버, 텐센트 등 중국 기업 1300여 개가 참가해 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 빅데이터, 드론 분야에서 중국 기술의 발전상을 소개한다. CES 참여 업체 3개 중 1개가 중국 기업인 셈이다. 특히, 올해는 화웨이와 바이두의 대표가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양적 팽창뿐만 아니라 질적인 성장도 함께 보여 준다. CES에서 중국 기업들의 세력 확장은 막대한 정부 지원과 그에 힘입은 ‘중국판 실리콘밸리’의 활약 덕분이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유니콘’이라 불리는 10억 달러(약 1조645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이 중국 내 무려 64개나 된다.
20세기에 가장 영향력이 컸던 경제학자 가운데 한 명인 조지프 슘페터에 따르면 ‘창조적 파괴’ 행위가 자본주의의 역동성과 경제 발전을 가져오는 원동력이며, 기업가정신을 소유한 경영자만이 기술 혁신을 통해 창조적 파괴를 이뤄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연결, 초지능 사회에서는 AI,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 산업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가 세계 1등을 하는 기술이 여럿 있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가 우위를 가진 기술이 보이지 않는다.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더 이상 기존의 ‘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창조적 파괴를 선도할 수 있는 기업가정신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새로운 기술 혁신을 이뤄내지 못하면 우리 기업들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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