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9일 서울 성동구 성락성결교회에서 ‘2017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신앙의식조사’의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목협 제공
2017 개신교 목회자 의식조사
절반이상 “교회개혁 진전없어” 낙태 가능 18%서 25%로 늘어 교회 세습 반대는 오히려 줄어
국내 개신교 목회자(목사)들은 한국 개신교회의 전반적 신뢰도에 대해 35.5%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5년 전(63.2%)보다 절반 가까이 떨어진 수준으로 목회자들 자신이 국내 최대 종교인구를 가진 한국 개신교회의 역할에 대한 불신이 급속하게 깊어졌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지나왔지만, 목회자의 절반 이상(53.2%)은 한국 교회가 개혁을 이뤄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는 여론조사 기관인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교회 담임목사 507명을 대상으로 개별 면접 등을 통해 조사한 ‘2017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신앙 의식 조사(목회자)’를 9일 발표했다. 한목협은 지난 2012년에도 같은 조사를 했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 교회의 전반적 신뢰도’를 평가하는 항목에 22.4%는 ‘그렇지 않다’고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이는 5년 전 조사(1.2%)보다 대폭 증가한 것이다. 42.1%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한국 교회의 개혁 정도’에 대해선 46.4%만 개혁을 이뤄왔다고 답했다.
목회자 자신의 이념적 성향에 대한 질문에서 ‘보수’가 여전히 절반을 넘지만 5년 전 조사보다 소폭 줄어든 반면 ‘진보’는 10%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보수’라고 응답한 목회자는 52.8%로 3.0%포인트 줄었고, ‘중도’가 20.2%로 10.6%포인트 감소한 반면 ‘진보’는 27.0%로 13.6%포인트가 늘어났다. ‘중도’ 성향의 목회자들이 지난 5년 사이 진보 쪽으로 옮긴 것으로 분석된다. 통일 가능성에 대해 목회자의 78.2%가 ‘있다’고 응답해 개신교 신자(54.5%)와 비개신교인(48.4%)보다 높게 나왔다.
낙태죄 폐지에 대해 한국천주교가 교세를 기울여 반대하는 가운데, 개신교 목회자의 4명 중 1명(25.7%)은 낙태에 대해 긍정적(‘상황에 따라 가능’ 혹은 ‘해도 무방’하다)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는 5년 전 조사(18.4%)보다 7%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개신교 신자의 경우 57.7%가 긍정적이었는데, 이 역시 지난 조사(41.5%)보다 무려 16%포인트 이상 올라간 것이다. 비개신교인은 71.9%가 같은 답을 했다.
명성교회의 교회 세습이 지난해 개신교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목회자들의 교회 세습에 대한 찬성이 오히려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목회자의 68.4%가 ‘교회 세습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는데, 이는 5년 전 조사(71.0%)보다 2.6%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반면 ‘교회 상황에 따라 인정될 수도 있다’는 응답은 31.5%로 지난 조사보다 2.6%포인트 높아졌다. 신자들도 교회 세습 반대가 76.4%로 고작 1%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목회자들이 신자들보다 더 작은 교회를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도 흥미롭다. 목회자들은 가장 많은 35.6%가 교인 199명 이하의 교회를 이상적인 교회 규모로 꼽았고 평균 264명 수준의 교회를 원했다. 이는 5년 전 450명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이전 여러 조사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신자들은 평균적으로 610명(5년 전 627명)의 교회를 이상적인 교회로 보았다. 종교사회학자인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교회의 젊은층 이탈이 심해지고 가나안 성도(불출석 교인)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목회자들의 이상치도 현실화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목회자의 임금인 월 사례비는 5년 전 평균 213만 원보다 줄어 176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목회자의 이중직(부업)에 대한 인식은 찬성이 55%로 절반 이상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는 지난 조사보다 12.2%포인트가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신자들은 반대(45.6%)가 찬성(39.9%)보다 높았다.
여성 목사 안수에 대해 찬성이 59.3%로 5년 전보다 6.1%포인트 높아졌지만, 여성 장로 안수에 대해서는 찬성이 56.3%로 지난 조사보다 3.9%포인트 낮아져 이중적인 모습인 데다, 여전히 목회자에 대한 성차별적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목회자들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구로 가장 많은 43.4%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꼽았고, 이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13.2%, 한국기독교연합(옛 한국교회연합) 9.5%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