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는 파도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파도타기를 배우는 것이다. 우리는 파도를 멈추게 할 수 없다. 관계의 절정은 함께 힘을 합해 파도를 헤쳐 나가는 일이다.” (13페이지)

류시화 시인이 최근 낸 시 에세이 ‘시로 납치하다’(더숲)에서 독일 최고 서정시인 라이너 쿤체(1933~)의 시 ‘두 사람’에 붙인 글이다.

쿤체의 시는 이렇게 흐른다. ‘두 사람이 노를 젓는다/한 척의 배를/한 사람은/별을 알고/한 사람은/폭풍을 안다//한 사람은 별을 통과해/배를 안내하고/한 사람은 폭풍을 통과해/배를 안내한다…’

시인은 “한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한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 신뢰가 있다”며 이런 두 사람이라면 삶의 파도를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고, 함께 노 저어 가는 두 사람의 리듬이 맞으면 인생은 노래가 된다고 했다.

‘시로 납치하다’에는 ‘두 사람’을 포함해 시인이 고른 시 56편과 각 시에 대한 시인의 해설이 담겨 있다. 대상이 된 시는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부터 프랑스 무명 시인, 아일랜드 음유시인, 노르웨이 농부 시인까지 다양한데, 시인은 이 시들이 ‘내 인생의 해안에 닿은 시’라고 했다.

시인은 “삶은 불가사의한 바다이고 시는 그 비밀을 해독하기 위해 바닷가에서 줍는 단서들”이라며 “우리는 내가 누구이며 어디쯤 서 있는지 알기 위해 시를 읽는다”고 했다.

이어 그는 “시는 시인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쓰고, 독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읽는 문학”이라며 “내 해설에 구애받지 말고 당신만의 방식으로 시들을 읽기 바란다”고, “우리는 각자 세계를 독특하게 해석하는 존재들”이라고 했다. 248쪽, 1만3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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