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 / 주영하 지음 / 휴머니스트
각 방과 마루 연결된 실내생활
식탁 없어도 방에서 밥상 받아
조선시대 다리 긴 소반 등장은
온돌 확산· 구리식기 사용 영향
술잔 돌리기, 古代 중국 예법
韓, 연대감 강화시킨다고 믿어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려 놓고, 불편한 양반다리로 앉아 가운데 놓인 찌개를 같이 떠먹는 한국인. 한국인은 언제부터 이렇게 먹어 왔을까.
각 가정은 물론 전통적인 한식당에 입식 식탁이 놓이기 시작하고, 일상의 식탁은 ‘한 상 가득’보다 일품요리가 더 흔하고, 혼밥과 혼술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지만 그래도 ‘상다리 부러질 정도로 차린 한 상’은 한국 식탁의 원형처럼 여겨진다.
저자는 신발을 벗고 방에 들어가 밥 먹기 위해 앉는 행위부터 한국인이 좋아하는 믹스 커피 마시기까지, 한국인의 식사 과정을 13가지 주제로 나눠 살핀다. 왜 신발을 벗고 방에서 식사할까. 왜 양반다리로 앉을까. 왜 낮은 상에서 식사할까. 왜 밥을 스테인리스 스틸 그릇에 담을까. 왜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사용할까. 왜 한 상 가득 차려 놓고 먹을까. 왜 밥·국·반찬을 한꺼번에 먹을까. 왜 식사 후에 커피를 마실까. 왜 술잔을 돌릴까.
이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가능한 한 많은 사료를 찾으려 했지만, 관련 자료가 부족한 부분은 사료 속에 담긴 복선을 맞춰 역사를 재구성했다. 한국인의 식사 방식이 한국인만의 특수한 것인지 인류 보편적 문화 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중국, 일본, 유럽 등 다른 나라의 식사 방식과의 비교도 시도했다.
그럼 먼저 왜 신발을 벗고 방에서 식사할까. 저자는 유럽, 중국과 달리 조선에 식사 공간인 다이닝룸이 없었던 이유를 꺾음집 형태와 온돌에서 찾았다. 각 방과 마루가 연결돼 있고 신발을 벗고 실내에서 생활할 수 있었기에 한자리에 고정된 무거운 식탁과 의자 없이도 따듯한 방 안에서 밥상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18세기 이후 많은 조선 선비들이 청나라에 다녀왔는데 왜 청나라 의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을까. 이는 퇴계 이황 때문이다. 주자가 선비가 공부할 때 앉는 자세에 대해 쓴 ‘궤자설’을 이황이 해설하면서 책상다리가 조선 선비의 표준 자세로 공인됐다는 것이다.
또 조선 양반들이 쓰던 다리 긴 소반은 온돌이 확산되고 부유층이 구리식기를 사용하면서 등장했다고 한다. 소반 다리가 짧은 경우 온돌 바닥의 열기가 곧바로 음식에 전달되는 데다 열전도율이 높은 구리식기는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소반의 다리가 길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의 식습관은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술잔을 돌리는 습관만 해도 연원은 고대 중국의 술 마시는 예법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직접적으로는 1960년대 개발 독재와 민주화 시대를 거치면서 술잔 돌리기가 공동체 연대감을 강화한다는 믿음에 집단주의가 더해져 이뤄졌다고 봤다. 한국인 밥상의 대표 문화로 꼽히는 ‘음식 공유하기’도 조선 양반들은 따로 차려진 개인 소반을 받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오래된 일이 아니다. 한국 식당의 표준인 스테인리스 스틸 밥그릇도 1960년대 이후 유행한 것으로 그 배경에는 규격화된 밥공기를 통해 쌀 소비를 줄이려는 정부 시책이 있었다고 한다.
2018년 평범한 한국인의 식습관은 우리의 식민지 경험, 한국 전쟁, 피란, 급속한 도시화, 모든 행위 기준이 된 효율성 등 근현대의 역사와 풍경이 얽히고 얽혀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인의 밥 먹는 방식, 습관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실을 알려준다기보다는 이를 둘러싼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쪽이다. 428쪽, 2만2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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