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쪽’ 부동산 정책

특목고폐지 등 강남수요 키워
지방 부동산은 미분양 속출

정부는 “투기수요가 주요원인
보유세 낮아… 인상 필요하다”


주택정책을 직접 만드는 고위 공직자 70%가 거주하고 있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집값이 뜀박질하는 사이, 지방 분양시장은 청약자가 1명도 없는 사업장이 등장하는 등 꽁꽁 얼어붙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 지역 수요 억제에만 몰두하는 부동산 정책은 ‘필패’할 수밖에 없다며 비강남권의 주거 인프라 확충, 교육 수요 분산 정책, 지방 분양물량 조절 등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강남구 일대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투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엇박자’ 정책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 문화일보가 청와대·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의 주택 관련 고위 공직자 10명의 거주 주택을 살펴본 결과 강남구 3명, 송파구 2명, 서초구 2명 등 강남 3구 거주자가 7명에 달했다. 강남 3구는 아니지만 재건축이 추진되며 해당 지역에서 집값 상승을 이끄는 ‘대장 아파트’ 거주자도 2명(용산구와 경기 과천시)이나 됐다. 고양시 일산서구에 사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을 제외한 9명의 공직자가 사실상 부동산 급등 지역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장관은 경기도에 은퇴 후 세컨드 하우스 목적의 주택을 한 채씩 더 갖고 있고, 윤성원 청와대 주택도시비서관이 강남구 논현동 외에 세종시에 집을 한 채 더 보유 중인 ‘다주택자’였다.

강남권은 집값이 급등하면서 매물이 사라진 상태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하루아침에 집값이 오르면서 매물이 자취를 감춘 상황”이라며 “자고 일어나면 몇 천만 원씩 뛰다 보니 매물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시장 사정이 이런데도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본인 아파트를 비롯한 최근 강남 집값 상승에 대해 “정책을 하면서 그런 데 구애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유세가 거래세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보유세 인상을 시사했다.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규제 기조를 더욱 강화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들의 수요 억제 같은 단편적인 정책이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특목·자사고 폐지 같은 교육정책이 오히려 강남 8학군 부활을 부추겨 강남 수요를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과 달리 지방 주택 분양시장에 새해부터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청약자가 1명도 없는 사업장이 등장한 상황에서 대형건설사에 이어 중견·중소건설사들도 밀어내기 공급에 나서 ‘분양시장 공멸’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M건설이 1월 초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에서 분양한 한 아파트 단지는 1순위 청약에서 1명의 청약자도 없었다.

주택분양업계 관계자는 “정부 규제가 본격화되고 추가 금리 인상도 불가피해 건설사들의 속도 조절이 없을 경우 공멸을 부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수진·김순환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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