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금융권에서 지난 15일 일어난 두 가지 ‘상황’은 한국 금융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첫째는 금융위원회의 금융혁신 방안 발표이고, 둘째는 하나금융그룹 차기 회장 선임을 둘러싼 금융위와 하나금융의 충돌이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금융 쇄신,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 경쟁 촉진을 중심으로 11개 분야 30대 핵심 과제를 담은 금융 혁신 방안을 내놓았다. 다른 한편에서는, 하나금융지주 측을 향해 이날로 예정된 회장추천위원회의 후보 인터뷰 중단 요구를 놓고 강·온 압박이 교차했다. 금융위 측은 ‘셀프 연임 적폐’라고 하고, 하나금융 측은 이런 압력을 ‘관치(官治)’라며 맞서는 형국이 더 예각화했다. 관치 논쟁의 새로운 국면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문제는 금융위 혁신 방안에 ‘혁신’이 별로 안 보인다는 점이다. 쇄신·생산적·포용 등 미사여구가 동원됐지만, 표제만 신정부 코드에 맞춰 변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회적 금융 활성화라는 말도 낯설지만, 그 내용은 그 전의 서민을 위한 정책금융에서 크게 달라진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현안이 되고 있는 인터넷은행에 대한 금산분리 완화 등과 같이 민감한 과제에 대해서도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가 우리나라 금융 발전의 최대 장애 요소로 ‘관치금융’을 꼽고 있지만, 이번 혁신 방안으로 관치가 더 강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특정 금융회사 CEO 선임과 관련한 제도적 절차와 방법보다는, 당국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관행을 없애는 게 급선무다. 통신료나 보험료 등에 보였던 정부의 시장가격에 대한 무리한 개입 의지가 금융 혁신안에도 표출되고 있다. 정부가 원가를 조사해 가격을 정하겠다는 발상은 시장의 자율 기능을 무시하고 궁극적으로 금융시장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금융을 불로소득이 창출되는 발원지 정도로 생각하는 삐딱한 시각이 문제다. 개방된 글로벌 경제 구도에서는 금융이 강건하지 않으면 가격 경쟁력이 타격받을 수도 있고 국부가 속절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현재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미국의 경쟁력 뒤에는 강한 금융산업이 있다.

금융이 적어도 한국의 국부 파수꾼 정도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이번 혁신 방안에서는 금융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조치는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 혁신 하면 항상 끼어 있던 대형 투자은행 육성책 같은 것도 정권의 코드 맞추기에 급급했던지 그나마 사라졌다. 오히려 금융 그룹의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하겠다는 명분 아래 복합 금융 그룹 통합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규제 강화 방안이 대문짝처럼 제시돼 있다. 금융산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다. 정부가 정한 법령의 틀 속에서 성장하기도 하고 문을 닫기도 한다. 그 결과 금융회사의 국제 경쟁력은 매년 하위권에서 맴돈다.

금융회사들도 글로벌 규범의 흐름에 맞춰 금융 본래의 목적에 맞게 일신 우일신(日新又日新) 해야 한다. 수출입 대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실물경제의 규모에 걸맞게 우리 금융도 한시바삐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야 한다. 금융 당국이 금융 혁신안이 아닌 ‘금융 규제안’으로 금융회사를 옥죄려고만 해서는 우리 금융의 미래는 없다. 금융 규제도 금융 당국의 직접 규제가 아닌 시장 자율 규제 방향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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