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옥현 前 국정원 1차장

청와대가 지난 14일 발표한 권력기관 재편 방침이 그대로 국회에서 입법될 경우,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은 경찰에 이첩된다. 북한의 대남 공작은 더 교묘해지는 데 비해 대한민국의 대공·방첩 역량의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런 지침은 안보 허점을 더 키울 우려가 있다.

탄핵 등 정권 불안정기에 이어 진보 정부로의 정권 교체가 이뤄진 2017년, 국정원 대공수사국이 검찰에 넘긴 대북 공안 사건이 한 건도 없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1961년 국가 최고정보기관 창설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대공 수사권은 자유민주주의와 헌법 수호의 핵심 기능인 만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인권침해와 권력 남용이라는 오욕의 역사는 제도 보완을 통해 종식시켜야 한다. 그러나 철저히 정치를 배제한 ‘안보 논리’ 속에 신중히 다뤄야 한다.

우선, 현 안보 상황의 엄중성이다. 최근 유엔사무총장도 북한의 핵·미사일은 전 세계에 대한 가장 심대한 안보 위협이라고 단정했다. 이처럼 위협 능력을 고도화시키고 있는 북한은 대남 공작기구를 정찰총국이라는 단일 기관으로 통폐합해 3만여 명의 요원을 훈련, 양성하고 있다. 또한, 대남 혁명사업을 총괄하는 통전부장은 천안함 폭침의 장본인인 바로 김영철이다. 그는 최근 유엔 안보리의 제재 명단에 추가된 폭력적 인물이다. 그가 지휘하는 대남 혁명역량은 더욱 폭력적으로 강화될 것임이 틀림없다.

국정원의 대공 수사망은 음지의 최일선에서 50년 이상 축적한 전문성과 노하우를 가지고 안보의 첨병 역할을 해오고 있다. 국정원은 2000년 이후 간첩 90% 이상을 검거했다. 국정원의 대공 수사 역량은 필리핀 고정간첩 ‘무하마드 깐수’ 검거(1996년)와 일심회 사건(2006년), 이석기 사건과 통진당 해산(2014년) 등을 통해 입증됐다. 서훈 국정원장도 청문회 때 국정원만큼 대공 수사를 잘할 수 있는 기관이 없다고 단언했다.

다음으로는, 정보 협력의 극대화 필요성이다. 9·11 뉴욕 테러 이후 세계 정보기관들은 정보수사의 국내외 통합 조정은 물론 정보 협력의 극대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오늘날 수사권을 가진 정보기관으로는 미국, 호주, 이스라엘, 캐나다, 오스트리아, 중국 등 50여 개국에 이른다.

특히, 북한의 대남 침투 공작이 제3국을 통한 우회 침투 양상으로 바뀐 지 오래라는 점에서, 우리의 대공 수사 역량은 국정원의 해외 공작 역량과 정보 협력 수준에 달려 있다.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이 폐지된다면, 어느 해외 정보기관이 대공 정보를 제공해 주겠는가. 국정원의 정보 협력 역량은 평가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북 정보와 대공 수사는 한 지붕 안에서 선순환적으로 유통돼야만 종합적인 안보 역량이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간첩에게서 얻은 북한 정보는 고도로 훈련된 북한 정보 전문가들에 의해 그 진위가 검증돼야만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국정원과 경찰 조직으로 분리될 경우 대공 수사 공백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지난 한 해 국정원의 대공 수사 실적이 전무하다는 사실은 그 방증이다.

우리의 대공 수사권은 김정은 체제의 대남혁명 전략이 포기되지 않는 한, 국정원의 수사 역량 제고라는 연성 능력과 첨단 기술력 확보라는 경성 역량을 결합, 발전시켜야 한다. 국가 안보의 핵심 중추기관인 국정원이 주적(主敵)인 북한의 대남혁명공작을 차단하는 수사권을 포기한다면, 결국 북한의 숙원인 국정원 폐지 전략에 말려드는 교각살우를 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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