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태우고 직접 420㎞ 달려
올림픽 조직위원회 방문 전달
“한국과 32년 사업… 제2 고향”
“오랫동안 한국에서 사업으로 돈을 벌었으니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해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일본 시즈오카(靜岡)현에 있는 냉동참치 운송회사 우메큐(梅久)운수의 다가타 마사유키(71·田形昌之·사진 왼쪽) 사장이 16일 오후 강원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소를 직접 찾아와 3000만 원을 전달했다. 일본에서 올림픽 성공을 위해 평창까지 가서 기부하고 싶다며 태극기와 일본 국기가 나란히 붙은 20t 냉동 트럭을 타고 평창을 찾은 것이다. 지난 15일 부관훼리호에 트럭을 싣고 부산에 도착한 그는 이날 오전 7시 30분 부산을 출발, 420㎞를 6시간 동안이나 달린 끝에 평창에 도착했다.
다가타 사장은 “32년 동안 트럭을 타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냉동 참치운송일을 하며 한국에 애정이 깊어졌다”며 “이 트럭으로 한국도로를 달리며 올림픽 성공을 기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참치의 집산지인 시즈오카 현에서 영하 60도를 유지하는 냉동 트럭에 참치를 싣고 시모노세키(下關)항에 와서 트럭째로 배를 통해 부산항에 도착해 참치를 공급하는 사업을 해왔다. 컨테이너로 운송하면 시간이 많이 걸려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참치를 가공해 다시 이 트럭으로 일본에 수입하기도 한다. 15년 전까지는 직접 이 트럭을 몰았다.
다가타 사장은 “한국은 사업을 성장시켜 준 은인이자 제2의 고향”이라며 “기부하는 김에 조금 번거롭더라도 양국의 화합을 뜻하는 양국 국기를 단 트럭을 직접 타고 와 기부도 하고 올림픽 경기장을 보고 싶었다”고 활짝 웃었다. 그는 1988년 열린 서울올림픽 때도 당시로는 큰돈인 3000만 원을 기부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에도 부산에서 서울 올림픽회관까지 냉동참치 트럭을 몰고 기부금을 전했다.
할아버지를 따라온 손자 마사토키(21·대학 3학년·오른쪽) 씨 역시 “큰 이벤트가 열리는 평창을 할아버지와 함께 찾아 더욱 뜻깊고, 한·일 교류를 위한 좋은 체험도 했다”고 말했다. 다가타 사장은 “정치적으로 한·일 관계가 좋지 않더라도 동반자이자 이웃인 한·일 양국의 민간 교류는 계속 이뤄져야 한다”며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부산항에 들어올 때 다가타 사장의 연락을 받은 부산세관도 적극 도왔다. 부산세관 직원 김성수(51) 씨는 통역을 담당하며 부산∼평창 간 비좁은 트럭 운전석에 함께 타고 왕복 15시간 이상을 동행했다. 김 씨는 “이를 계기로 한·일 민간교류가 더욱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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