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수백억 원대 배임 혐의와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수백억 원대 배임 혐의와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집안문제로 물의 일으켜 죄송”
文정부 첫 대기업 총수 소환
비자금 조성 의혹 집중 추궁


효성그룹 계열사 등을 통한 수백억 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17일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이 지난달 17일 효성 본사와 갤럭시아포토닉스 등 그룹 계열사 7곳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 만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기업 총수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김양수)는 이날 조 회장을 상대로 각종 비자금 조성 사실과 함께 이 과정에서 경영진으로서 효성에 부당한 손실을 입힌 사실이 있는지 추궁했다. 검찰은 이날 조사 경과를 바탕으로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검토할 방침이다. 조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25분쯤 검찰청사에 도착해 취재진에게 “집안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조 회장은 현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동생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제기한 고발만 20여 건에 이른다.

검찰은 특히 조 회장이 2008년부터 2015년 사이 효성이 하도급 업체와 건설 사업 거래를 할 때 측근인 홍모 씨가 만든 유령회사를 중간 납품과정에 끼운 뒤 홍 씨 회사에 거래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160억 원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앞서 홍 씨에 대해 두 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번번이 법원의 문턱에 막혔다. 이에 비자금 조성 의혹의 당사자인 조 회장을 직접 부르는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또 자신이 지분을 가진 부실 계열사 갤럭시아포토닉스에 효성이 수백억 원대 주식을 인수하도록 하며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효성그룹의 자금으로 설립한 300억 원 규모의 ‘아트펀드’를 통해 미술품을 비싸게 사들여 차익을 남기는 방식으로 자금을 횡령하고, 이러한 부실 거래의 연대보증을 효성에 떠넘긴 혐의도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아울러 조 회장이 노틸러스효성 등 계열사가 2000년대 중후반부터 홍콩 페이퍼컴퍼니에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수년간 수십억 원을 보내게 하는 등 해외에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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